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에 부동자금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중간선거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달 말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이 줄줄이 이어진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 재테크 시장은 시계 제로(0) 상황이다.
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주식매수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은 24조5,213억원으로 지난달 초(27조4,233억원)보다 2조9,000억원 줄었다. 코스피지수가 2,600을 넘으며 기대감에 찼던 지난 1월 말(31조7,860억원)과 비교하면 7조원 넘게 급감한 수준이다. 주식시장이 매력을 잃으면서 투자자들이 주식매수 대기자금에서 자금을 빼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다 부동산 시장도 정부 규제로 투자처로서 마땅찮다. 국내 증시는 10월 급락장에서 일본·대만뿐 아니라 남미 시장보다 크게 추락하며 자금을 끌어들일 유인책이 없다. 펀드 역시 40개의 펀드 유형이 모두 대표 보수적 투자인 머니마켓펀드(MMF)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을 내면서 투자자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MM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35%로 국내 주식형펀드(-17.14%), 인덱스주식형펀드(-18.51%), 해외펀드(-9.77%)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심지어 아르헨티나 등 남미 시장보다 더 많이 떨어지면서 주식에 머물러야 할 자금조차 빠져나가 단기자금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처를 잃은 돈들은 단기 피난처인 MMF와 초단기채에 쌓이고 있다. 올 들어 초단기채에는 2조7,230억원, MMF에는 23조9,359억원이 유입됐다. 단기자금으로만 지금까지 27조원 넘는 돈이 들어온 것이다. 증시와 펀드가 자금을 흡수하지 못하면서 시중 부동자금은 역대 최고치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6월 말 현재 시중 부동자금은 1,117조원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대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