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11년 만에 45억2,000만원 기록 깰까?

박수근의 ‘시장의 사람들’이 오는 21일 열리는 케이옥션 경매에 추정가 40억~55억원에 출품돼 작가 최고가 기록 경신을 기대하게 한다. /사진제공=케이옥션

‘국민화가’ 박수근, 11년 만에 최고가 기록깰까?


화강암 같은 질감의 그림으로 아련한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화가 박수근의 작품이 역대 최고가 기록에 도전한다. 케이옥션은 오는 2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옥에서 진행하는 ‘11월 경매’에 박수근의 1961년작 ‘시장의 사람들’을 추정가 40억~55억원에 출품한다. 박수근의 경매 최고가 기록은 지난 2007년 서울옥션(063170)에서 45억 2,000만원에 낙찰된 ‘빨래터’가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출품작 ‘시장의 사람들’이 팔릴 경우 박수근은 11년 만에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박수근의 ‘빨래터’는 당시 국내 미술경매 사상 최고가였고, 김환기에 의해 그 기록이 깨지기까지 무려 8년간 정상을 지켰다.

1950년대 작품인 ‘빨래터’가 세로 37㎝, 가로 72㎝인 것에 비해 이번 출품작 ‘시장의 사람들’은 세로 24.9㎝, 가로 62.4㎝로 조금 작지만 박수근 작품 전반을 놓고 봤을 때는 결코 작지 않은 크기다. 특히 12명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구성이 탁월하다. 박수근은 아내와 처음 만난 빨래터 풍경,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는 여인, 전후 가난한 삶을 묵묵히 살아가던 노상의 사람들, 잎 떨어진 나목 등 몇 가지 주제를 반복적으로 그렸는데, 이 작품 또한 노상의 사람들을 소재로 택했다. 세부묘사를 생략한 채 굵은 윤곽선으로 간략하게 표현한 인물들은 개개인을 초월한 보편적 존재로 우리 민족의 서정성을 대표한다. 특유의 화강암 같은 표면, 잔잔한 톤의 색감이 ‘박수근다운 그림’이다. 케이옥션 측 관계자는 “이번 출품작 ‘시장의 사람들’은 박수근을 무척이나 존경하던 외국인이 40년간 소장하다 한국인 소장가에게 되팔았다고 알려져 있다”면서 “지난 2010년 마로니에북스가 출간한 ‘박수근’에 수록된 대표작 중 하나”라고 밝혔다. 국내 미술경매 역대 최고가 기록은 지난 5월 약 85억3,000만원에 낙찰된 붉은색 전면점화(點畵) ‘3-Ⅱ-72 #220’을 필두로 1~8위를 김환기가 싹쓸이한 상태다. ‘시장의 사람들’이 9위인 ‘빨래터’의 기록을 깨고 얼마나 더 치고 올라갈지 기대를 모은다.

김환기의 ‘22-X-73 #325’가 추정가 30억~50억원에 경매에 오른다. /사진제공=케이옥션

김환기의 ‘무제’는 시작가 15억원에 경매에 오른다. /사진제공=케이옥션

한편 케이옥션은 이번 경매에 사상 최대 규모인 총 203점, 낮은 추정가 총액 약 211억 원 어치의 작품을 출품한다. 이 중 ‘미술계의 삼성전자’라 불리는 김환기의 작품은 총 8점, 약 61억 원 어치에 달한다. 추정가 30억~50억원에 출품된 ‘22-X-73 #325’은 김환기가 작고하기 직전인 1973년에 그린 것으로 청회색조 화면 위에 찍은 고요한 점들이 그간의 예술 인생을 압축한 듯 관조적이다. 푸른 점화를 다수 제작했던 김환기는 말년작에서 회색조를 두드러지게 보여줬으며, 이 작품은 세로로 긴 여백의 선이 화면에 생명력을 더하고 있다. 시작가 15억원에 경매에 오를 김환기의 1958년작 ‘무제’는 가을 하늘 같은 새파란 창공을 가르는 두 마리의 학을 중심에 두고 물에 비친 듯한 둥글고 푸른 달, 붉은 꽃 달린 매화가지 등이 등장하는 서정적인 작품이다. 구상화 시대를 접은 김환기가 뉴욕에 머무르며 추상을 고민하던 시절 그린 1966년작 ‘VI-VII-66’는 강한 색채의 대비가 느껴지는 청색과 적색의 긴 타원형이 율동감 있는 작품이다. 추정가는 4억5,000만~6억원이다. 이 외에도 ‘블루칩’ 이우환의 작품은 점,선,바람 시리즈가 다양하게 총 8점, 약 24억원 어치가 경매에 오른다. 오는 10일부터 경매 직전까지 케이옥션 사옥에서 출품작을 직접 관람할 수 있는 프리뷰가 진행된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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