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의원 수 늘리는 게 정치개혁인가

국회의 선거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세 번째 전체회의를 열고 선거제도를 비롯한 정치개혁 관련 법안을 일괄 상정했다. 앞서 지난 5일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한 여야 5당 대표들이 국회 정개특위를 중심으로 연말까지 법 개정안 마련에 적극 노력하기로 합의한 후속 조치다.


선거법 개정의 핵심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있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승자독식으로 사표를 양산하고 표의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다. 이런 탓에 헌법재판소가 2014년 선거구의 인구 편차를 줄이라는 결정을 내린 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에 이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현행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으로 구성된 의석을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2대1의 비율로 조정해 표의 비례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선관위는 이번 정개특위에도 같은 제안을 했다. 문제는 각 당의 입장이다. 야당 시절 이 제도 도입을 강력히 주장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입장을 확 바꿨다. 취지에는 찬성하면서도 미적대다 최근 여론의 비판을 받자 의원 정수 확대를 전제로 달았다. 지역구 의석을 그대로 둔 채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자는 것이다. 4년 전 여당이던 자유한국당의 기득권 지키기와 다를 바 없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감안하면 의원 정수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의원 정수 확대 반대 의견이 59.9%로 찬성 응답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세비와 특권의 대폭 감축을 전제로 한 설문이 이 정도였다. 국회의원 수를 확대하는 것은 개악이다. 선거개혁을 핑계로 정수 확대에 매몰되면 정작 중요한 선거법 개정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민의에 부합하는 선거제 개편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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