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꾸릴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의 방향에 대해 11일 서울경제신문 펠로와 경제전문가들은 “경제 상황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산업 구조개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은 것은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과 산업 경쟁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필상 서울대 교수는 “한국 경제는 전반적인 산업 부실화로 체질이 부실해진 상태”라며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지금이 위기 상태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대로 된 진단과 위기 인식이 있어야 그에 걸맞은 정책 대안도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부실 산업을 어떻게 정리하고 새로운 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지에 대한 청사진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도 “올해 경제성장률은 2.5~2.6%, 내년은 2.3% 정도로 전망한다”며 “반도체·석유화학을 제외하면 살아 있는 산업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반도체 효과를 빼면 지금은 실제 성장률이 2%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8일(현지시간)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내년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2.3%까지 내려 잡았다. 현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는 “2.3%의 성장률로는 어떤 정책을 펴도 일자리 창출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투자 촉진과 규제 완화를 위한 노력도 성과를 내야 할 때다. 강 교수는 “규제 완화는 곧 이해관계 조정”이라며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홍 후보자를 향해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문제를 풀 수 있는 방향으로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홍 후보자가 “매주 수요일 기업·경제단체와 오찬을 갖겠다”고 한 데 대해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업인을 만나는 것뿐 아니라 필요한 부분을 정책화해 밀고 나가는 추진력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에 치우친 경제정책의 방향을 성장과 복지를 함께 추구하는 전략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랐다. 강 교수는 “포용적 성장은 소외된 사람들을 경제활동에 참여시켜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며 “생산성 제고가 아닌 양극화 해소 자체가 목적이 되면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소득 평준화’만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라고도 했다.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노력도 시작해야 한다. 노동연구원장을 지낸 최영기 한림대 교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손대지 않은 채 최저임금만 올리고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한다고 전체 질서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라며 “임금구조를 직무급제 성격으로 바꾸는 임금개혁으로 직무형 노동시장 질서를 만드는 노력을 지금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전문가는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는 홍 후보자가 맡는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대통령이 실질적인 권한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전 정책실장의 엇박자 논란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뜻에서다. 조장옥 서강대 교수는 “청와대 수석은 문제가 생길 때만 조정하는 역할”이라며 “경제는 부총리 중심으로 운용하고 최종 책임도 부총리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빈난새·정순구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