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민족주의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어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유럽과 등을 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파리 개선문에서 제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을 진행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개선문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한 뒤 연설에서 굳은 표정으로 세계의 지도자들에게 “서로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하지 말고 희망을 건설해나가자”고 당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특히 서방에 거세지고 있는 민족주의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민족주의는 애국심의 정반대”라면서 “낡은 망령들이 혼돈과 죽음의 씨앗을 뿌리려고 되살아나고 있다”면서 “역사는 때로는 조상들이 피로 맺은 평화의 유산을 뒤엎고 비극적인 패턴을 반복하려고 한다”며 경각심을 촉구했다. 그는 또 “우리는 지구온난화, 환경 파괴, 빈곤, 기아, 질병, 불평등, 무지 등 세계에 닥친 위협들을 함께 물리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이 참석했다. 1차대전 당시 승전국이었던 프랑스, 미국, 러시아 등은 물론, 패전국인 독일과 터키(옛 오스만튀르크) 정상들까지도 한데 모였다.
마크롱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수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쟁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뜻과 함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국제질서 혼란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가 들어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마크롱의 메시지는 1918년 정전이 20년 뒤 또 다른 세계전쟁으로 이어졌던 교훈을 기억하자는 것 외에 트럼프 등 리더들이 국가주의적인 정책들로 국제 질서를 흔들고 있는 현실을 상기시키려는 의도를 포함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