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솔로의 날' 35조원 팔려…韓, 사드 딛고 해외직구 3위로

미중 무역전쟁 속 거래액, 작년보다 26.9% 늘어났지만 증가폭 둔화
‘은퇴 선언’ 마윈, 후계자에 ‘스포트라이트’ 양보…‘포스트 마윈’ 시대 예고

쇼핑데이 거래액 비추는 알리바바 행사장 화면./연합뉴스

중국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매년 11월 11일 여는 할인 이벤트인 솽스이(雙11·쌍십일) 쇼핑데이에 35조원 어치가 거래되면서 역대 최고 기록이 또 깨졌다.

12일 중국 인터넷업체 펑파이(澎湃)에 따르면 전날 24시간 동안 타오바오를 비롯한 알리바바의 여러 플랫폼에서는 총 2,135억위안(약 34조7,000억원) 어치의 물건이 거래돼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작년 거래액인 1,682억위안(약 27조3,000억원)보다 26.9% 증가한 수치다. 다만 올해 증가율은 작년의 39.3%보다는 10%포인트 이상 둔화했다.

앞서 데이터 분석업체 앱애니는 올해 ‘11.11’을 앞두고 거래 규모가 320억달러(36조1,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거래액은 이에 약간 못 미쳤다.

중국 경제가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하방 압력을 받는 가운데 ‘11.11’은 중국의 소비자 지출의 척도로 여겨져 큰 관심을 받았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소비 둔화 우려가 커졌음에도 거래액이 비교적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중국 중산층의 소비력을 다시 한번 세계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차이 알리바바 부회장은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 중산층의 성장 궤도를 탈선시키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중산층은 향후 10∼15년 안에 6억명으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11일 하루 알리바바에서 물류 거래 주문은 10억4,200만건에 달해 역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하면서 하루 ‘10억건 주문 시대’를 맞이했다. 알리바바와 협력 물류 업체들은 이날부터 주문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배송 전쟁’에 돌입했다.

올해 주문량은 8억1,200만건보다 2억건 이상 증가했다. 알리바바는 폭증하는 물류랑 처리를 위해 최근 무인 로봇 700대가 투입된 첨단 물류센터를 장쑤성 우시(無錫)시에 열었다.

애플, 메이디, 하이얼, 샤오미, 아디다스 등 237개 브랜드가 전날 하루 1억개 이상의 물건을 팔았다. 이 가운데 중국인들의 해외 직접 구매 순위에서 한국은 일본, 미국에 이어 3위를 기록하면서 작년보다 두 계단 뛰어올랐다.

해외 직구 형태 외에도 아모레퍼시식 화장품, 이랜드 의류, 인삼 제품 등 인기 제품을 중심으로 알리바바 중국 판매 채널에 입점한 한국 업체들도 평소 대비 높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은 2016년 3위를 차지했지만 작년에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여파로 5위로 밀려났다.

‘11.11’ 행사는 중국 업계와 언론, 소비자들 사이에서 ‘솽스이’(쌍11)라고 불리는데 초창기에는 애인이 없는 ‘솔로의 날’이라는 뜻의 ‘광군제’로 불리기도 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따라 매출을 올리기 위한 대대적인 판촉 행사를 생각하다가 난징대 학생들이 ‘밸런타인데이’에 대항해 재미 삼아 만든 ‘솔로의 날’과 같은 11월 11일로 정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광군’(光棍)은 잎이나 다른 가지가 없는 앙상한 가지, 즉 결혼하지 않았거나 애인이 없는 사람을 뜻한다. 알리바바는 2009년부터 이날에 맞춰 24시간 할인 행사를 하고 있어 올해로 10회째다. 첫해에는 거래 규모가 5,200만위안(약 85억원)에 불과했다.

한편 10일 밤 열린 솽스이 전야제 행사에서는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 무대에 오르지 않고 객석에서 관객들과 함께 후계자인 장융(張勇)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가 주관하는 행사 진행 모습을 지켜보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마 회장은 무대에 직접 오르는 대신 택배 알리바바의 각 분야의 달인들과 대결을 펼치는 동영상을 선보였다. 매달 4만개의 택배 상자를 처리하는 직원, 택배 배달원 등 각 분야의 ‘달인’들과 경쟁에서 마 회장이 연패한다는 내용으로 이제 알리바바가 자신이 없어도 원활히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마윈은 최근 내년 9월 알리바바 회장 자리를 장 CEO에게 넘긴다 발표했다. 2020년에는 알리바바 이사회 구성원 신분도 내려놓는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