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부모님이 서울 구로구 궁동 일대 그린벨트 땅 66㎡를 2,000만 원 정도에 매입 했는 데요. 이 땅 개발될 가능성은 있는 건가요?” 지난달부터 서울 구로구 궁동 일대 공인중개사무소에는 매입한 그린벨트의 투자가치를 문의가 부쩍 늘었다. 기획부동산으로부터 덥석 땅을 매입한 뒤 개발 가능 여부를 물어온 것이다. 궁동 일대는 기획부동산으로 의심되는 그린벨트 지분 거래가 10월 달에만 50건에 이르렀다.
‘9·13 대책’ 이후 주택시장이 하향 안정세로 돌아 섰지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투자 열기는 지속 되고 있다. 서울 10월 전체 토지거래의 46%(면적 기준) 가량이 그린벨트에서 이뤄졌고, 기획부동산으로 의심 되는 거래도 부쩍 증가하고 있다. 특히 서울 구로구 궁동 일대는 기획부동산을 포함한 그린벨트 거래가 급증해 사기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0월 서울 전체 토지 거래 336건 중 76건이 개발제한구역에서 이뤄졌다. 10건 중 2건 가량이 그린벨트였다. 이는 9월 438건 중 81건, 8월 537건 중 77건보다 늘어난 비중이다. 면적 기준으로 보면 10월의 경우 그린벨트가 1만 4,985.38㎡가 거래돼 서울 전체(3만 2,316.58㎡)의 절반 가까운 46.4%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 달에는 구로구 궁동 그린벨트가 집중적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서울 전체 76건의 그린벨트 거래 가운데 50건을 차지했고, 이달 들어 11일 현재까지도 그린벨트 거래 5건 중 4건이 이곳이었다. 월별 추이로도 지난 4월에는 단 한 건도 없던 이 지역 토지거래가 10월 50건으로 최대치를 기록했고 거래 금액으로는 11억 원을 넘겼다.
실제 구로구 궁동의 한 공인중개 대표는 “광명시와 서울을 오가다가 비닐하우스만 있는 빈 땅을 보고 투자 문의를 해오는 사람이 꾸준하다”면서 “양천구 신정뉴타운과 광명, 온수역 주변까지 개발이 진행 되다 보니 궁동도 곧 그린벨트가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투자 기대가 커지다 보니 매물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하는 기획부동산 피해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일명 기획부동산 사기 피해다. 일대 G공인 대표는 “최근 부모님이 기획부동산으로부터 그린벨트 땅을 샀는데 해지될 가능성이 있는 거냐며 찾아와 묻는 자녀들이 생겼다”며 “지난달 그린벨트 임야 3만 6,363㎡를 3.3㎡당 20만 원대에 대량 매입한 기획부동산 업자들의 매물이 많이 거래됐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실거래 내역을 보면 지분 거래 물건은 대부분 3.3㎡당 69만 원 꼴이다. 기획부동산의 매물이라면 3.3㎡당 20만 원이었던 땅이 불과 한 달여 만에 3배 넘게 뛴 셈이다. 10월부터 11월 12일까지 궁동 그린벨트는 전부 지분 거래였다.
전문가들은 그린벨트 투자에 주의를 당부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정부가 택지 개발을 하고 임대주택을 늘리겠다는 방향에서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관심이 늘고 거래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그린벨트는 기준시가로 보상되기 때문에 실제 수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며 분위기에 편승한 투자는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