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美·조급한 北 … 文, 접점 찾을까

13~18일 아세안·APEC 참석
펜스에 北 비핵화 진정성 전달
習엔 사드보복 완전해제 요구
文 "金이 선물한 풍산개 출산
남북관계도 이처럼 되길 바래"

경제 투톱 교체 등 한동안 국내 경제에 집중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비핵화 정상외교전에 시동을 건다. 13~16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7~18일 파푸아뉴기니·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무엇보다 막혀 있는 북미 비핵화 협상에 활로를 뚫을지 주목된다. 현재 북미의 협상 과정은 과거의 패턴과 확연히 다르다. 그동안 북한은 비핵화 과정을 ‘살라미(얇은 소시지)’처럼 잘게 잘라 시간을 끌고 뒤로는 핵을 개발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되레 미국이 느긋하고 북한이 발을 구르고 있다. 미국은 역대 최고 수준의 대북 제재가 계속되고 있으므로 시간이 갈수록 급한 것은 북한이라고 판단한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언급하며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낸 압박 캠페인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북한 노동신문은 12일 “적대세력들이 전대미문의 제재 책동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며 우리를 굴복시키려 피를 물고 날뛴다”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는 아세안 기간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대신 참석하는 펜스 부통령과의 접견을 조율 중이다. 앞서 만남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변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펜스 부통령은 백악관 내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로, 회동이 이뤄지면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전달하고 북미고위급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공군의 첫 공중급유기가 12일 부산 김해공군기지에 착륙해 있다. 공군은 김해공군기지에서 공중급유기의 품질과 정상 작동 여부를 검사한 후 다음달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부산=연합뉴스

청와대는 APEC 기간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도 추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을 타일러 북미협상이 재가동될 수 있게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한중 양국 간 의제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완전 해제, 미세먼지 공동대응 강화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아세안 기간에 열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대북 제재 완화를 대비한 남한·북한·러시아 경제협력 실무연구 강화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문 대통령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회담을 하며 아세안 정상들과도 연쇄 만남을 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9월 평양 방문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선물받은 풍산개의 출산 소식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곰이’가 지난 9일 새벽 새끼 여섯 마리를 낳았다. 개는 임신 기간이 두 달이기 때문에 새끼를 밴 채 우리에게 온 것이 분명하다”며 “두 마리의 선물에 여섯 마리가 더해졌으니 큰 행운이다. 남북관계의 일이 이와 같기만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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