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왕따' 자처하는 트럼프

파리포럼 이어 APEC 등 불참 선언
1차 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서
메르켈 "편협한 국가주의 재앙 초래"
유엔사무총장도 무역전쟁 놓고 비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개선문에서 열린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다른 나라 정상들과 앉아 있다. /파리=EPA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근교의 쉬렌 군사묘지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아메리카 퍼스트’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정상들로부터 고립된 ‘글로벌 외톨이’로 전락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지난주 말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을 마친 뒤 쉬렌 미군묘지를 찾아 참배한 뒤 곧장 귀국길에 올랐다. 파리 개선문에서 열린 기념식 참석 때도 다른 정상들이 엘리제궁에서 버스를 타고 단체로 이동한 것과 달리 별도 차량을 이용한 데 이어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주재로 열린 파리평화포럼에도 불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빠진 포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각국 정상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앙숙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포럼 연설에서 “끔찍한 유혈사태를 이끈 1차대전은 편협한 국가주의와 군사적 자만심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줬다”며 “정치와 외교에서 타협이 부족하면 처참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은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100년 전 고립주의는 해결책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오늘날은 어떠한가”라고 반문하며 기후변화협약 탈퇴 등으로 고립주의 노선을 걷는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 겨냥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무역정책을 둘러싼 긴장 고조에 대해 “정치의 극단화”라고 경고하며 “타협이라는 민주주의 정신의 약화와 규범 무시는 다원주의에 대한 두 개의 독극물”이라고 비판했다. 외신들은 구테흐스 총장의 이날 연설이 트럼프 대통령을 작심 비판한 것이라고 전했다. AP통신은 “파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메리카 퍼스트’는 ‘아메리카 얼론(America alone·미국 외톨이)’을 의미했다”고 지적했다.

파리평화포럼에 불참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대신 보낸다. EAS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불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이 아세안과 APEC 정상회의에 모두 불참하는 것은 2013년 정부 셧다운 협상으로 발이 묶였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정상회의 불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는 효과를 낼 것”이라며 주요 회의석상에 트럼프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 미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에 대한 회의론을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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