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조롱' 울산 사립유치원 특별감사…원장 면담은 '불발'

12일 오전 울산시 북구 A 유치원 앞에 ‘유아의 학습권을 지켜달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이 유치원은 최근 진급신청서를 각 가정에 보내면서 학부모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어 사실상 폐업 수순에 들어가 시교육청의 특별감사를 받는다. 또 ‘학부모 부담금 없이 (공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국공립유치원에 지원하시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당한 혜택을 누리시기 바랍니다’는 조롱하는 듯한 문구를 진급신청서 말미에 적어 학부모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연합뉴스

학부모들에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어 사실상 폐업 수순에 들어간 울산의 한 사립유치원에 대한 특별감사가 12일 진행됐다.

울산시교육청 감사팀 5명은 이날 오전 북구에 있는 A 유치원을 찾아가 유치원 관계자와 2시간가량 면담했다. 감사팀은 당초 원장 면담을 추진했으나 해당 원장이 연가를 내고 연락되지 않아 유치원 관계자를 만나는 것으로 대신했다.

감사팀은 이 유치원이 원생 진급비(재입학비) 10만원을 받겠다고 한 것과 진급비를 반환할 수 없다고 정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이런 방침을 유치원 운영위원회를 거쳐 확정했는지 등을 물었다. 감사팀은 일단 유치원 관계자 면담으로 이날 특별감사를 마치고 원장과 면담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감사 기간은 일주일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원장이 이른 시일 내에 연락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원장이 계속 면담을 거부하는 등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기관 고발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유치원 측이 진급신청서에 ‘울산시교육감이 감사를 더욱 강화하고 비리신고센터를 개소하면서 사립유치원을 감시하는 보이지 않는 눈을 만들었다. 사립유치원 비리 신고자에게 포상금 2억원 내지 보상금 30억원을 제시했다’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쓴 이유도 따질 계획이다.

이들 유치원은 재원 중인 원생들을 내년에도 그대로 유치원에 보낼 것인지를 묻는 진급신청서를 각 가정에 최근 보내면서, 학부모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어 논란을 일으켰다. 이들 유치원은 수업시간을 오전 8시 40분부터 낮 12시 40분까지 4시간으로 한정하며 원생들에 점심 도시락을 지참할 것을 주문했다. 차량 운행이 없어 원생들은 자가 등·하원 해야 하며, 여름과 겨울방학은 5주씩 연간 10주로 시행하겠다고 고지하기도 했다. 특히 현재 교육 당국이 각 유치원으로 직접 지원하는 누리과정비(20만원 정도)를 ‘보호자가 정부로부터 직접 수령해 납부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진급비로 1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진급신청서 말미에는 ‘학부모 부담금 없이 (공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국공립유치원에 지원하시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당한 혜택을 누리시기 바랍니다’며 조롱하는 듯한 문구를 적어 학부모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원장 면담이 성사되지 않아 감사 과정에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자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피해가 생길까봐 우려하고 있다. 이 유치원은 현재 7학급 규모에 원생 180여 명이 다니고, 내년에도 재원할 원생이 약 11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 학부모는 “감사 자체가 진행되지 않아 수사 기관이 나설 경우 폐원 등이 현실화할까 걱정할 수밖에 없다”며 “교육청과 유치원 측 모두 아이들 교육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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