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민의 결승포. 플레이오프 최종전 굿바이 홈런의 주인공도 한동민이었다. /연합뉴스
SK 와이번스 선수들이 12일 한국시리즈 7차전 승리로 우승이 확정되자 마운드에 모여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우두’. 2018 KBO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아니 두산 베어스가 정규시즌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할 때부터 이 말은 유행했다. ‘어차피 우승은 두산’이라는 뜻. 두산은 정규시즌에 2위 SK 와이번스를 무려 14.5경기 차로 따돌리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3주간의 휴식기를 가진 두산이 플레이오프 5차전 혈투를 벌이고 올라온 SK보다 유리하다는 것은 야구를 모르는 사람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트레이 힐만(미국) 감독이 이끄는 SK는 ‘어우두’ 예상을 깨고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SK는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7전4승) 6차전에서 연장 끝에 5대4로 재역전승했다. 3승2패로 앞서있던 SK는 두산의 끈질긴 추격을 13회에서 막아내고 대권을 차지했다. 8년 만의 통산 네 번째 우승. 정규시즌 1위가 아닌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은 역대 5번째다. 치매를 앓는 부모를 돌보기 위해 이번 시리즈를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는 집권 2년차의 힐만 감독은 KBO 최초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외국인 감독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SK는 또 SK 나이츠의 프로농구 우승에 이어 프로야구까지 접수하면서 최고의 한 해를 보내게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임원진과 경기장을 방문해 응원 점퍼와 모자를 쓰고 관중석에서 선수단을 응원했다.
3대0으로 앞서다 6회 말에 한꺼번에 3점을 내줘 분위기마저 뺏긴 SK는 8회 1점을 더 허용해 최종 7차전까지 끌려갈 위기에 처했다. 기적이 터진 것은 9회 초 2사 뒤. 이전까지 이번 시리즈 15타수 1안타의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시달리던 간판타자 최정이 기적의 주인공이었다. 두산이 꺼낸 회심의 카드 조쉬 린드블럼과 상대한 최정은 볼카운트 2-2의 6구째 포크볼을 걷어 올려 왼쪽 담장을 넘겼다. 4대4 동점.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 10회 말에 김강민과 한동민의 연속 타자 홈런으로 한국시리즈행을 결정지었던 장면이 오버랩 됐다. 분위기를 다시 가져온 SK는 15회 무승부 흐름으로 치닫던 13회 초에 승기를 잡았다. 플레이오프 끝내기 극장의 주인공 한동민이 결승포를 뿜었다. 한동민은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산 8번째 투수 유희관의 초구를 공략해 비거리 135m의 우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힐만 감독은 13회 말 수비에 SK의 상징 김광현을 올렸고 김광현은 1이닝을 삼진 2개를 곁들인 퍼펙트로 막아내며 포효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