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부산비엔날레, 65일 여정 마무리하고 성황리에 폐막

부산비엔날레의 서부산 시대를 여는 첫 걸음, 새로운 가능성 발견
공모를 통한 기획자 선정, 공정성 확보하는 플랫폼 시도 돋보여
시대정신 파악하고 제시하고자 하는 의지 보여

2018부산비엔날레가 응집력 높은 전시로 관람객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2018부산비엔날레 전시장 전경./사진제공=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비록 떨어져 있어도’를 주제로 분리와 대립의 시대를 고찰한 ‘2018부산비엔날레’가 부산현대미술관과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로 관람객 30만7,662명을 불러모으며 65일 간의 여정을 마치고 지난 11일 공식 폐막했다.

◇부산비엔날레의 서부산 시대를 여는 첫 걸음, 새로운 가능성 발견

전 세계에 흩어진 분리를 관통한 부산비엔날레는 34개국 66명(팀)이 참여해 125점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특히 올해는 부산비엔날레의 주 전시장이었던 부산시립미술관을 떠나 처음으로 을숙도에 위치한 부산현대미술관을 전시장으로 활용하는 큰 변화를 선보인 해였다. 주요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동부산이 아닌 서부산에 새롭게 둥지를 튼 이번 비엔날레는 준비 초반 접근성이 취약하다는 점에서 관람객 동원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과적으로 2016부산비엔날레 대비 일평균 관람객 수 4,315명에서 1,178명(27%) 증가한 5,493명의 수치를 기록하는 등 이변을 낳았다.

◇공모를 통한 기획자 선정, 공정성 확보하는 플랫폼 시도 돋보여

부산비엔날레조직위는 지난해 11월 최태만 집행위원장을 위촉하고 나서야 2018부산비엔날레 준비체제로 돌입할 수 있었다. 전시 개막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례적으로 ‘공개모집’을 전시감독 선정 방법으로 채택했다. 이는 새로운 담론을 제시해 줄 기획자를 발굴하고 조직운영의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향하기 위함이었다. 국내외 기획자들이 대거 지원한 가운데 최종적으로 크리스티나 리쿠페로와 외르그 하이저가 각각 전시감독과 큐레이터로 선정됐다. 이후 박가희 게스트 큐레이터와 자문위원단이 합류해 안정적인 전시 준비를 견인했다. 국내외 미술계에서는 콜렉티브 체제를 선택하지 않고 전시감독의 기획력을 토대로 한 부산비엔날레에 선정 단계부터 많은 기대감을 내비쳐왔다. 이는 결과적으로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전시로 이어질 수 있었다.

◇대규모 전시 형태 벗어난 응집력 높은 전시로 관람객에게 큰 호응 얻어

기획 단계에서부터 2018부산비엔날레는 대규모 물량 공세를 투여하는 과시형 전시보다는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전시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해왔다. 최종적으로 34개국 66명(팀)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125점의 작품을 통해 분리와 대립, 그리고 그로부터 야기된 다양한 층위의 상흔을 조명하는 집중력 있는 전시를 완성했다는 평을 받았다. 부산현대미술관에는 냉전시대가 할퀴고 지나간 과거와 현재의 대립을,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에는 미래를 예견하는 시선을 담아 주제의식을 심화시키고자 했다. ‘얼마나 많이 말할 것인가’가 아닌 ‘무엇을 말하고 보여줄 것인가’에 집중한 이번 부산비엔날레는 결과적으로 현대미술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는 일반 대중에게도 호응을 얻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

◇잠자고 있던 구 한국은행 부산본부 재조명


부산비엔날레는 화이트 큐브를 벗어난 부산 시내의 곳곳을 전시장으로 활용하며, 도시 전체를 하나의 움직이는 전시장으로 만들어 왔다. 이는 부산비엔날레의 고유 정체성 중 하나로 인식되고있다. 2016부산비엔날레의 경우 F1963(고려제강 수영공장)을 전시장으로 활용해 부산의 명소로 탄생시키기도 했다. 올해의 경우 중구 대청동에 위치한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를 전시장으로 전면 활용했다. 해당 건물은 1963년 완공됐으며, 현재는 부산시 문화재자료로 지정돼 있다. 은행으로 사용되던 시설과 금고 등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공간은 분리와 대립의 시대의 미래를 예견하는 장소로 탈바꿈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조직위는 부산의 역사가 깃들어 있는 또 하나의 숨겨진 명소를 발견하고 예술적 공간으로 변모시킴으로써 예술을 통한 부산의 새로운 지형도를 형성했다는 의의를 남기게 됐다. 나아가 부산현대미술관과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에서 전시를 선보임으로써 서부산 지역을 새롭게 조명하고 균형 있는 지역발전에도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 깜짝 방문으로 화제

전시 개막 다음주인 9월 14일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부산현대미술관 깜짝 방문으로 많은 화제를 낳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방문한 비엔날레는 2018부산비엔날레가 유일하다. 대통령 내외는 오거돈 부산시장, 나종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함께 방문해 현장에 있던 관람객들과 인사를 나누며 전시를 둘러봤다.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온 부산비엔날레, 시대정신 파악하고 제시하고자 하는 의지 보여

2018부산비엔날레는 우리가 당면한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전시였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걸쳐 나타나는 다층적인 분리를 고찰한 이번 전시는 동시대 인류가 살고 있는 세상이 지닌 문제를 압축하여 날카롭게 제시했다. 이는 ‘정치적’이라기 보다 ‘현실적’인 접근방식을 채택한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부산비엔날레가 이전의 주제들에 비해 다소 무거워졌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으나, 오히려 삶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어가 시대정신을 제시하고 예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보는 장을 형성했다고 할 수 있다.

◇전시를 풍성하게 만들어 준 프로그램 선보여 대중성 확보

전시와 더불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관람객과 호흡하는 노력도 돋보였다. 먼저 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 청소년들이 참여한 오디오 가이드가 화제가 됐다. 작품 설명을 ‘분리’를 직접적으로 경험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음으로써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으며, 이를 개인 스마트폰에서 바로 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해 관람객의 편의를 도모했다. 또 시네마프로그램을 기획해 매주 일요일 주제와 연관 있는 기존의 영화들을 상영하고 상영 후에는 영화계 전문가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부산의 예술가협동조합과 진행한 교육프로그램은 주제를 다양한 감각으로 이해해보는 활동을 통해 가족단위 관람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했다.

◇관람객으로 하여금 사유의 장, 질문 남긴 전시로 기억될 것

2018부산비엔날레 전시는 아름다운 미래를 보여주기 보다 우리가 외면해 왔던 진실을 밖으로 이끌어낸 전시라고 할 수 있다. 냉전, 분단, 디아스포라와 같이 전 지구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무거운 주제들을 정면으로 직시하고 작품으로 보여줬다. 그러나 이는 현대미술을 그저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기 보다 직접 작품과 호흡하고 사유할 수 있는 장을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분리는 어디에 있어왔고 지금 어디에 있으며 또 어디에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고 스스로 답을 생각하는 시간을 통해 부산비엔날레를 통한 일상 속의 예술을 접할 수 있었을 것으로 조직위는 보고 있다.

최태만 조직위 집행위원장은 “처음에 부산현대미술관이 가진 지리적 취약점, 짧은 전시 준비기간 등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이번 전시가 대중에게 많은 호응을 받은 것은 그만큼 현대미술이 한 발짝 더 시민들에게 다가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도 부산비엔날레가 이러한 역할을 잘 수행해 낼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 말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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