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철폐 1차 자영업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송은석기자
카드노조가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에 반대하며 민주당사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간 13일 오전 서울 여의동 천막 농성장 앞에서 이경진 KB국민카드 지부장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이호재기자
정부의 카드 수수료 종합대책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자영업자와 카드사 노조 간의 ‘을(乙)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카드 수수료를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카드사 노조는 일방적인 인하 정책이 구조조정을 촉발하고 있다며 정면 충돌하고 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 부담을 완화한다는 명분으로 상대적으로 다루기 쉬운 카드사 수수료 인하를 몰아붙이면서 부작용의 일각이 드러난 것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마트협회 등 상인단체 20여개로 구성된 ‘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철폐 전국투쟁본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자영업자 총궐기 투쟁’을 열고 카드 수수료를 대폭 인하할 것을 촉구했다. 카드사들은 추가 수수료 인하 여력이 없고 추가 인하 때는 감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수수료를 더 내리라는 것이다. 신규철 투쟁본부 집행위원장은 “그동안 부가서비스 등을 포함한 마케팅 비용이 카드 수수료 원가에 포함돼 있었다”면서 “이는 소비자와의 계약에 의해 카드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가맹점에 전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드 수수료 인하로 최근 4년간 1조원의 순이익이 준 카드사들도 생존 벼랑에 몰리면서 거리로 나왔다. 카드사 노조는 카드 수수료 인하에 반대하며 국회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장경호 카드사노조협의회 위원장은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카드 수수료 인하는 카드사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카드 업계는 카드 수수료가 최근 10년간 수차례 내려가 더 이상 인하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일반 가맹점 카드 수수료는 지난 2007년 3.6%에서 지난해 2.3%로 인하됐으며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중소가맹점 범위도 지난해 각각 연 매출 2억원 이하, 2억~3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 3억~5억원 이하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신한·삼성·KB국민·현대·비씨·하나·우리·롯데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2013년 2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2,000억원으로 4년 새 1조원 급감했다.
자영업자의 집단행동이 거세지자 로키 전략을 유지하던 여신금융협회도 카드사 노조 입장을 지지하며 본격 가세하는 등 전선이 확산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는 “마케팅 비용의 90%는 소비자들의 혜택으로 사용되고 있어 비용을 줄여 수수료를 인하하게 되면 결국 소비자 혜택이 축소된다”고 반발했다. 지난해 마케팅 비용 6조원 가운데 순수 광고선전비는 2,083억원에 불과한데 어떻게 더 비용을 줄이라는 것이냐는 항변이다.
이 같은 을(乙) 간 갈등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면서 어느 정도 예고됐다. 자영업자와 카드 업계 간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데도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카드 수수료 인하를 강행하다 보니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르면 다음 주 카드 수수료 종합개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카드사 마케팅 비용을 줄여 내년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최소 1조원 낮춘다는 방침을 오래전에 확정해놓은 상태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