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선수단이 1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한국시리즈 우승 기념 축승회에서 통산 네 번째 우승을 뜻하는 손가락 네 개를 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염경엽 신임 감독, 한국시리즈 MVP 한동민, 트레이 힐먼 감독, 최창원 구단주, 주장 이재원, 류준열 SK 와이번스 대표이사. /연합뉴스
큰 것 한 방과 세밀한 작전 야구가 만난 ‘빅볼’과 ‘스몰볼’의 조화, 주전과 백업의 경계가 불분명한 고른 기량. 8년 만에 대권을 품은 SK 와이번스의 원동력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2일 양 팀 투수 16명이 투입된 5시간7분의 혈투 끝에 4승2패로 시리즈를 마무리, 통산 네 번째로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SK는 짭짤한 우승 배당금도 예약했다. 2018 KBO리그 규정에 따르면 SK는 22억8,000만원을 받는다. 포스트시즌 16경기 전체 입장 수입 약 103억7,000만원 중 경기 진행 비용과 정규시즌 1위 두산 베어스에 돌아가는 돈을 뺀 45억6,000만원을 다섯 개 팀이 나누며 SK는 그중 50%를 가져간다.
취임 후 두 번째 시즌을 지낸 트레이 힐먼(미국) SK 감독은 이른바 ‘존중 리더십’을 앞세워 외국인 감독으로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끄는 KBO 최초 기록을 남겼다. 한일 프로야구를 모두 정복한 감독은 힐먼이 처음이다. 힐먼 감독은 주전부터 백업까지 선수단 모두의 능력을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감독의 기대치와 활용 방안을 직접 설명하며 잘했을 때나 실수했을 때나 똑같은 무게의 격려를 보내왔다. 코칭 스태프와의 끊임없는 소통도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 불펜 싸움에서의 승리가 우승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는데 힐먼 감독은 “투수 코치들이 준비된 투수들을 불펜에서 투입했다. 시즌 내내 저와 얼마나 많이 소통했고 얼마나 많은 분석을 했는지 보여주는 결과였다”고 돌아봤다.
LG 트윈스 백업 멤버였던 강승호는 지난여름 트레이드로 SK에 합류한 뒤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으로 활약했다. 새 팀에서 기회를 얻어 견고한 내야 수비와 쏠쏠한 한 방으로 가치를 증명하더니 플레이오프 5경기 타율 0.294에 한국시리즈 6차전(5대4 승)에서는 3대0으로 달아나는 투런포까지 쏴 올리며 스타 탄생을 알렸다. 강승호는 “감독님께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도록 편하게 대해주셨다. 부족하지만 계속 써주셨는데 그 믿음에 보답한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힐먼 감독은 또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은 토종 에이스 김광현을 시즌 중 철저하게 아꼈다가 가장 필요할 때 요긴하게 활용했다. 4차전 선발로 6이닝 무실점 호투를 선보였던 김광현은 6차전 마지막 1이닝을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마운드에서 가장 먼저 만세를 부르는 영광을 누렸다.
2006년 닛폰햄 파이터스를 일본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았고 미국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 사령탑도 지낸 힐먼 감독은 한국시리즈 6차전이 SK에서의 마지막 경기가 됐다. 건강이 좋지 않은 가족을 챙기기 위해 곧 미국으로 떠난다. 포스트시즌 전에 이미 작별이 알려졌던 힐먼 감독은 15일 감독 이취임식에서 SK 선수단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관심은 새 감독 체제에서 과연 2연패를 달성할 수 있느냐로 모인다. SK는 우승 확정 다음날인 13일에 발 빠르게 새 사령탑 선임을 발표했다. 염경엽 단장이 감독으로 자리를 옮겨 3년 총액 25억원(계약금 4억원, 연봉 7억원)의 조건으로 팀을 지휘한다. 연봉 7억원은 힐먼 감독의 60만달러, 김태형 두산 감독 등의 5억원을 넘는 KBO 감독 최고 연봉이다. 염 감독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넥센 감독으로 승률 0.567의 성적을 낸 경험이 있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넥센을 안내했고 뛰어난 지략으로 제갈량에 빗댄 ‘염갈량’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염 감독은 “힐먼 감독이 그간 과정을 잘 만들었다. 2년간 그에게서 야구를 많이 배웠다”며 “홈런 군단으로 자리매김한 팀의 장점은 계속 살리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이어가면 제2의 왕조 시대를 개척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