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기술(IT) 대장주들이 불안에 떠는 모습이다. 애플의 판매 부진에 대한 우려가 국내 증시를 떠받치는 반도체 업종에까지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다만 반도체는 신기술 도입과 서버·인공지능(AI) 시장 성장에 따라 내년 수요 증가세가 관측되고 있다.
13일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1.55%, 3.49% 하락한 4만4,500원, 7만1,900원에 장을 마쳤다. LG이노텍(011070)(-5.48%), 삼성전기(009150)(-2.61%), 비에이치(090460)(-7.3%) 등도 동반 하락했다. 이들 종목의 하락세에 영향을 미친 공통 요인은 애플의 부진이다.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애플과 관련 부품주, 반도체주까지 급락하면서 한국의 협력업체에도 불똥이 튀는 모습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 협력사와 관련한 부정적 소식은 실제로는 애플 실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아이폰 XR 모델은 다양한 경로에서 판매 부진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의 애플 협력사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LG이노텍은 최근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적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이노텍의 4·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 9월 1,749억원에서 최근에는 1,687억원까지 낮아졌다. 목표주가 하향 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내년 하반기에 나올 아이폰 차기작에 트리플 카메라가 탑재될 경우에나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애플에 D램을 공급하는 만큼 영향을 피할 수 없다. 다만 반도체는 주춤했던 수요가 내년 증가세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가의 관측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텔의 10나노미터 프로세서 등 신기술을 접목한 제품이 양산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반도체 업체들의 이익이 상저하고 추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서버·AI용 반도체 시장의 성장도 기대된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서버용 D램 수요가 둔화됐지만 내년 1·4분기를 저점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AI 시장 성장의 직접적 수혜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기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업황도 중장기적인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스마트폰이 업그레이드되면서 고용량 MLCC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되지만 공급업체의 증설이 제한적”이라며 “일반 자동차의 전장화, 전기차·자율주행차 시장 확대로 MLCC 수요도 늘어 중장기 성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