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들의 감산 움직임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국제유가가 주저앉았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4.24달러(7.1%) 하락한 55.69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 배럴당 60달러 선을 내준 이후로 급락한 것이다. 이로써 WTI는 12거래일 연속으로 약세를 이어가게 됐다. 지난해 11월 16일 이후로 1년 만의 최저치다.

하루 낙폭으로는 2015년 9월 이후로 3년여 만에 가장 크다. 이번 주까지 포함하면 6주 연속 하락세에 접어든다. 지난달 3일 배럴당 76달러 선까지 올라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30% 가까이 추락한 셈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12월물 브렌트유도 오후 5시 현재 전날보다 배럴당 4.94달러(7.05%) 내린 65.18달러에 거래되는 중이다. WTI에 이어 브렌트유도 ‘약세장’(Bear Market)에 들어섰다. 약세장은 일반적으로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진 경우를 말한다.

국제유가가 폭락한 데는 산유국들의 감산 움직임에 제동이 걸린 데다, 글로벌 원유수요도 당초 기대치보다 적을 것이란 전망이 작용했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측은 지난 12일 “산유국들은 하루 100만 배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곧바로 “사우디와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원유 생산을 줄이지 않을 것이다. 유가는 공급을 기반으로 훨씬 더 낮아져야 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국제유가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도 0.4% 하락하며 비교적 선방했지만 결국 하루만에 무너졌다. 여기에 OPEC의 수급 전망 보고서도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OPEC의 월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OPEC 회원국의 산유량은 하루평균 12만7,000 배럴 늘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그렇지만 올해와 내년의 수요전망치는 기존보다 하루평균 4만 배럴과 7만 배럴 각각 내려갔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도 7개 셰일오일 지대 산유량이 다음 달 하루 평균 11만3천 배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초과공급의 공포가 유가를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