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이 ‘실무적 수준’(technical level)에서 합의에 도달했다고 BBC 방송 등 영국 언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런던 국회의사당의 시계탑 ‘빅벤’을 배경으로 휘날리는 영국기와 EU기./AFP연합뉴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이 사실상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BBC 방송 등 영국 언론은 13일(현지시간) BBC는 익명의 내각 구성원을 인용, 영국과 EU가 집중적인 협상 끝에 ‘실무적 수준’(technical level)에서 합의에 이르렀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총리실은 성명을 내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오는 14일 오후 EU 탈퇴 협정 초안을 논의하기 위한 특별 내각회의를 소집했다고 전했다. 내각회의에 앞서 메이 총리는 이날 저녁 합의안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리암 폭스 국제통상부 장관 등 각료들과 일대일로 면담했다.
EU 역시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영국을 제외한 27개 회원국 대사가 모여 회의를 연다. 이 자리에서 미셸 바르니에 EU 측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브렉시트 협상 진전 내용을 설명하고 협상 결과에 대해 회원국의 의견 수렴 및 추인을 밟는 과정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그동안 브렉시트 협상 합의의 최대 쟁점은 아일랜드 국경문제였다. 양측은 그동안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가 국경을 통과할 경우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하드 보더’(Hard Border)를 피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지만 관세동맹 종료 권한을 놓고 문제가 발생했다.
영국은 관세동맹 잔류는 일시적이어야 하는 만큼 영국이 원할 경우 여기서 벗어날 수 있도록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EU는 영국이 ‘일방적으로’ 관세동맹에서 빠져나갈 수는 없으며, 관세동맹 잔류 종료 여부는 공동의 논의 기구를 만들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일랜드 RTE 방송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양측이 국경 문제를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RTE는 전체 브렉시트 협상이 끝났다고 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바르니에 수석 대표의 대변인 역시 언론에 “협상이 아직 최종적으로 마무리된 게 아니다”면서 “EU는 (영국과의) 합의 내용을 축적해 가고 있다”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EU 탈퇴협정 초안에는 이같은 아일랜드 국경문제 해결책뿐만 아니라 역내 거주 상대방 국민의 지위, EU 탈퇴에 따른 분담금 정산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도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과 EU가 브렉시트 협상 합의를 공식 발표할 경우 이달 중 EU 특별 정상회의를 개최해 이를 승인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보수당 내 60여명의 유럽회의론자 모임인 ‘유럽 연구단체’(ERG)의 수장인 제이컵 리스-모그 의원은 이날 유출된 합의 내용에 대해 영국을 EU 관세동맹과 ‘사실상의’ 단일시장에 잔류토록 하는 방안이며, 이는 보수당이 그동안 공약 등에서 밝힌 내용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모그 의원은 “각료들이 합의안을 막고, 의원들이 이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또 다른 브렉시트 지지론자로 지난 7월 메이 총리의 계획에 반발해 사퇴한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유출된 합의안대로라면 영국 의회가 영국의 법률에 대해 발언권을 가지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존슨 전 장관은 “각료들이 옳은 일을 하기를 바란다. 그들이 부결시킬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합의안 부결로 인해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이 종료되는 2020년 말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있기 때문에 더 나은 협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메이 총리의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의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 관계자는 합의안에 대해 “강매(hard sell)에 가까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