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보험업계, 상호부조 정신 되살려야

민호기 리치플래닛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 차장


보험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닥칠 수 있는 여러 위험과 경제적인 필요에 대비하려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보험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사명감까지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은 것은 보험이 상호부조의 정신에 근간을 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상호부조제도인 계(契)와 보(寶)에서도 그 전통이 이어져 온다.

보험이 이러한 공동의 목표를 위해 마련된 제도라면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험회사·보험협회·인슈어테크 기업들의 목표는 무엇일까. 바로 보험에 가입한 고객이 보험 서비스를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보험의 가치와 정신을 기반으로 한 조직이라면 보험에 가입한 고객이 충분한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마땅히 서로 협력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보험 업계에는 아쉬운 행보들이 있다.


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은 누구나 한국신용정보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내보험다보여’ 사이트에 접속해 가입한 보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서 운영하는 ‘내보험찾아줌’ 사이트에서도 미청구·미지급 보험금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여러 인슈어테크 기업은 스크래핑 기술을 통해 ‘내보험다보여’와 ‘내보험찾아줌’ 정보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고객들이 일일이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는 수고로움을 덜어준 것이다. 또 그 정보를 바탕으로 보험금을 간편하게 청구하거나 보장 내역을 분석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두 사이트 모두 오는 12월부터 인슈어테크 서비스에 대해 접근을 금지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문자인증과 공인인증방식으로 접속이 가능한 사이트에 회원 가입 절차를 추가로 의무화했는데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본인인증을 간소화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아쉬운 조치다.

분명 그럴 만한 입장이 있을 것이다. 다만 보험 업계가 공동의 목표로 가져가야 할 고객을 위해 내린 결정인지에 대해서는 격의 없는 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아직 보험 업계가 서로의 입장을 좁히기 위해 대화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상황이다. 보험 업계가 상호부조 정신을 살린다면 고객을 위한, 그리고 서로를 위한 방향으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를 함께 준비하는 데 익숙한 보험 업계 사람들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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