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비밀 없는 사람은 없다’란 주제를 이렇게 공감도 높게 풀어낼 수 있을까. 영화 ‘완벽한 타인’의 주인공 배우 유해진 역시 “느낌표, 쉼표, 물음표를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며 “코믹하면서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로 다가올 것이다”고 말했다.
누적 관객수 362만을 기록한 영화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은 제작 단계부터 완벽한 캐스팅과 획기적인 소재로 주목 받았다. 서로에게 비밀이 없다고 믿는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핸드폰의 모든 내용을 공개한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그리고 ‘나’는 내 핸드폰을 누군가에게 공개할 수 있을까 하는 이입과 상상이 만든 결과물이다.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 7인의 배우들의 리드미컬한 호흡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배우 유해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아기자기하고, 정감 있는 영화죠. 웃음도 있으면서,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들이 있었죠. 그래서 저는 좋았어요. 흘러가는 웃음 정도였다면 그렇게 좋지는 않았을 텐데, 왠지 뻐근한 것도 있었고요. 그게 우리의 삶이라서 그런가 봐요. 무엇보다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린 대본도 그렇고, 보고 나서 마음이 좋았어요.”
이재규 감독은 ‘사람들은 개인적인 삶, 공적인 삶, 그리고 가족도 친구도 누구도 모르는 비밀의 삶을 사는 것 같다’고 말한다. 유해진 역시 여기에 동의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그래, 다 저렇게 살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나 아무도 알지 못하는 모습, 굳이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비밀’에 대한 재미있는 접근이 공감이 갔어요.”
유해진이 맡은 ‘태수’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꼰대 같은 중년 남자다. 보수적이고 바른 생활의 변호사이기도 하다. ‘완벽한 타인’을 통해 유해진은 스스로의 삶을 반추했다고 했다. ‘다들 저렇게 모른 척 하면서 살지’ 라는 생각과 함께 ‘꼰대가 안 되면서 나이를 잘 먹고 싶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단다.
“나이를 잘 들었으면 좋겠어요. 꼰대가 안 되면서 나이를 먹어야 할 텐데요. 점점 꼰대가 되는 것 같아요. 생각이 자꾸 좁아지고요. 잘 삐치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꼰대가 되는 것 같아요. 안 그러기가 쉽지 않네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또 실제로 또 엄청나게 그런 사람은 아닌 것도 사실입니다. 잘 사는 것도 그렇지만, 잘 나이 드는 것도 어려운 것 같아요.”
유해진은 호감형 배우다. 선하고 건강한 이미지가 대중들에게 자리잡혀있다. 인터뷰 현장에서도 소탈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그는 ‘완벽한 타인’속 인물들처럼 자신 역시 “이미지가 과대 포장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단순히 겸손한 배우의 발언만은 아니었다. 그저 “저라고 특별나게 다르지 않는 사람”임을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
배우 유해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유해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많은 분들이 제가 책도 많이 읽고 클래식도 많이 듣는다고 생각하세요. 물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작품 안에서 보여줄 순 없겠죠. 제가 출연한 작품을 통해서 저란 존재가 조금은 더 나은 모습으론 포장이 된 거라 봐요. 그렇게 봐주시는 건 좋아요. 하지만 그 이상은 양심이 허락하지 않아요. 전 그렇게 클래식도 알지 못하고, 요즘은 책을 못 읽은지도 꽤 됐어요. 시나리오 책만 겨우 보고 있습니다. ”
배우 유해진과 인간 유해진의 거리는 크지 않았다. ‘인간 유해진’은 잘 나이 들고 싶고, “‘좋은 사람이었다’는 기억으로 남고 싶다고 했다. 배우로서는 특별한 수식어가 없는 배우가 되길 소망했다.
“‘배우’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게 나이 들어가고 싶어요. 어떤 배우로 불리기 보다는 이름 앞에 ‘배우’만 딱 붙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배우 유해진이라고 했을 때 “그 사람이 무슨 배우야?” 라는 말을 안 들을 때까지 연기를 하려고 합니다. 잘 늙어가는 것도 힘들지만, 주변 사람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는 건 더 힘든 거잖아요. “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