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8일(현지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비전전시회에서 미국 코그넥스의 비전 검사 소프트웨어 시연에 관람객들이 몰려 있다. /고광본선임기자
지난 6~8일(현지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비전전시회에서 중국 하이크비전이 카메라 등을 전시하고 바이어와 상담하고 있다. /고광본선임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선진국들은 제조현장을 스마트팩토리로 전환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이때 필요한 게 검사·측정·위치측정 등을 위한 인공지능(AI) 기반 비전 기술이다. 제조 자동화 확산에 맞춰 공장에서 로봇이 많이 쓰이고 있으나 비전 기술 없이는 제품 운송 등의 작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인쇄회로기판(PCB), 자동차, 배터리, 섬유, 음료·제과 공장 등에서 정교하게 불량품을 잡아내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물류 자동화를 위해서도 필수다.
비전 기술 분야는 크게 소프트웨어(SW)·카메라·렌즈·조명으로 구성된다. AI 비전은 스마트카메라로 제품을 찍어 색의 3원소(빨강·파랑·녹색)로 구성된 픽셀 형태로 출력하는데 이때 디지털화된 숫자를 분석해 알고리즘을 통해 불량을 가려낸다. PCB나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점 형태의 패턴이 추가되거나 빠지면 무조건 불량으로 판단하는 것도 정교하게 선별할 수 있다. 휴대폰이나 디스플레이의 미세한 화면 이상도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다.
예측되는 모든 불량을 프로그래밍해야 해 복잡하고 때로는 육안으로 검사해야 하는 기존 룰 기반 검사의 불편을 해소한 것이다. 검사자의 숙련도와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던 것을 해결했다. 클린룸에 검사자가 드나들지 않아도 돼 먼지 감소에 따른 수율 향상도 기대된다. 비전 기술은 산업용뿐 아니라 의료·스포츠·게임용 시장까지 시장이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임베디드 비전
영상 찍자마자 내장 SW서 구동
그래픽코어도 넣어 딥러닝 가능
세계 최대 머신 비전 전시회인 ‘슈투트가르트 비전쇼’에서도 임베디드 비전(CPU 내장형 비전) 기술이 눈에 띈다.
임베디드 비전은 카메라에 CPU를 내장해 카메라에서 직접 비전 검사 SW를 구동시켜 시스템이 간결해졌다. PC가 필요 없어 비용도 줄이고 공간도 활용하며 로봇처럼 움직이는 환경에 더욱 적합하다. 임베디드 CPU의 성능도 개선돼 고성능 비전 검사가 가능해졌다. 기존 비전 시스템이 카메라에서 영상을 찍은 후 PC로 보내 검사 SW를 구동하던 것에 비해 그래픽 프로세싱 코어를 내장한 CPU가 출시되면서 임베디드 비전에서 딥러닝이 가능하게 됐다. 미국 코그넥스, 캐나다 달사, 일본 키엔스, 중국 하이크비전과 다화(후아레이) 등이 임베디드 비전을 내놓았으나 이번에 딥러닝을 적용한 곳은 미국 플리어시스템과 한국 라온피플 등으로 많지 않았다. 왕시싱 다화 시니어 세일즈매니저는 “3D카메라 등 하드웨어 쪽에서는 국내외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점차 SW 비전 쪽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라고 전했다.
●하이퍼 스펙트럴 이미징
가시광선 넘어 자외선 등 활용
불가능했던 영역까지 검사 OK
하이퍼 스펙트럴 이미징(다파장대 영상) 기술의 발전도 눈에 띈다.
대부분의 비전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가시광선 파장(400~700㎛=1㎛는 0.0001㎝)대에서 영상을 찍은 후 비전 검사 SW를 수행하는 구조였다. 즉 카메라에서도 사람이 볼 수 있는 부분만 찍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하이퍼 스펙트럴 이미징은 사람이 볼 수 있는 파장 영역뿐 아니라 자외선 파장 영역, 적외선 파장 영역(NIR, SWIR), 열영상, X레이 영상 등 사람이 볼 수 없는 파장 영역까지 활용한다. 기존에는 검사가 불가능했던 부분까지 가능해진 것이다. 소니의 경우 예전에는 카메라 밖에 별도의 편광장치를 달아 영상을 얻었는데 이제는 센서에서 편광을 지원해 반사 등으로 볼 수 없었던 부분까지 볼 수 있게 됐다.
이석중 라온피플 대표는 “이번에 더욱 다양한 제품이 출시됐는데 하이크비전이나 다화 등 중국 카메라사의 물량공세를 피해 충돌이 안 나는 시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딥러닝
완성도 높은 솔루션 속속 무장
2년전보다 참가업체 10배 늘어
딥러닝으로 무장한 비전 솔루션도 대세가 되고 있다.
2년 전 전시회에서는 초보 수준의 딥러닝 솔루션을 갖고 전시회에 참석한 업체가 3곳가량 있었는데 이번 전시회에서는 상당히 완성도가 높은 딥러닝 비전 검사 솔루션으로 무장한 업체가 20~30곳 이상에 달해 딥러닝을 활용한 AI 비전 검사가 대세가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울리히 크로머 폰베렐 슈투트가르트 메세 최고경영자(CEO)는 “임베디드 비전이 트렌드가 되며 머신비전 지능이 외부 PC로부터 디바이스로 들어오고 있다”며 “머신비전은 자동차 등 현장에서 물건을 분류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불량을 잡아낸다”고 설명했다. 플로리안 니트해머 슈트트가르트 메세 팀디렉터는 “이번에는 딥러닝, 임베디드 비전, 하이퍼 스펙트럴 이미징이 토픽이라고 볼 수 있다”며 “참가사 중 60%가 해외 업체로 중국은 카메라·광학렌즈·조명에서 자신감이 있고, 한국은 숫자는 적지만 품질이 높다”고 평가했다. /슈투트가르트=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