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달 못한 '종로 화재 고시원 보상금 3억'

건물주 내놨지만 대책기구 없어
피해보상 논의에도 난항 예상
일부 생존자 손배소 제기 움직임



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한 고시원에서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감식을 하고 있다./송은석기자

화재로 7명이 사망한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의 건물주가 3억원가량의 보상금을 제시했지만 피해자 유가족 대책기구가 없어 전달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시원 거주자의 대부분이 생계형 일용직 노동자이고 거주자들끼리도 서로 친분이 없어 피해보상 논의에도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국일고시원의 건물주인 하창화 한국백신 회장은 1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건물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여동생이 피해자들에게 고시원 월세의 5년 치에 해당하는 보상금을 전달하려고 했지만 대표자나 대책기구가 없어 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일고시원이 위치한 건물은 하 회장이 40%, 하 회장의 여동생이 6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 회장은 “고시원 월세를 1,700만원가량 못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화재사고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질 생각”이라고 밝혔다.

불이 난 고시원 거주자의 상당수는 일용직 노동자이고 가족에게도 고시원에서 지내고 있는 사실을 숨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재로 숨진 7명 중 빈소가 차려진 것도 2명뿐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대책기구를 구성해 보상 논의를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종로구청 측은 “(피해자들이 집단 대응하는 것이) 힘들어 보이는 상황이지만 구청이 관여할 수도 없다”며 “개별적으로 피해자들에게 주거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법적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생존자 일부는 법률대리인을 접촉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박신영 변호사는 “생존자 일부만 소송에 참여한 상황”이라면서 “건물주와 고시원장의 보상계획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고 언급했다.

한편 안전사회시민연대·노년유니온·집걱정없는세상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국일고시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시원을 포함한 모든 건물에 예외 없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법 개정을 촉구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청계천을 따라 즐비하게 서 있는 가게에서 소방방재시설 자재를 팔고 있지만 바로 옆 고시원에는 그 어떤 소방시설도 갖추고 있지 않아 아까운 목숨이 하늘로 가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최창우 집걱정없는세상 대표는 “지하방과 옥탑·고시원에 사람을 방치해놓고 인권을 이야기하는 사회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며 ‘지하방·옥탑·고시원폐쇄 및 공공임대주택요구 시민연대’ 출범 계획을 밝혔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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