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오페라' 나올 수 있도록 지휘해야죠"

취임 8개월 윤호근 국립오페라단장
"레퍼토리 개발·저변 확대 과제
어릴때부터 오페라 접하도록
매년 한번 가족 프로그램 진행
내달 무대 올리는 '라보엠'
한국 최고의 성악가들 캐스팅
애잔한 감성 객석에 전해지길"


“오페라 분야에서도 한국의 스타 작곡가가 나와야 우리 오페라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습니다. 국립오페라단을 이끄는 동안 한국 작곡가들이 쓴 순수 창작 레퍼토리를 개발하는 데 온힘을 쏟으려고 합니다.”

취임 8개월 차를 맞은 윤호근(51·사진) 국립오페라단장은 최근 서울 서초구의 예술의전당 오페라 하우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한국인이 만드는 ‘바그너 오페라’에 독일인들이 관심을 가지겠나. 우리는 우리의 작품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에서 피아노와 지휘를 공부하고 1999년 독일 기센시립극장에서 지휘자로 데뷔한 윤 단장은 동양인 최초로 베를린 슈타츠오퍼(국립오페라극장) 부지휘자를 역임했다. 전임이었던 김학민 감독의 사퇴 이후 지난 3월부터 국립오페라단의 수장으로 임명된 윤 단장은 취임 당시부터 한국 오페라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적임자로 기대를 모았다.


윤 단장은 한국적 레퍼토리 개발과 함께 오페라의 저변 확대를 임기 동안 수행할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오페라는 음악·무대·의상·문학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 심도 있는 예술 장르의 최고봉입니다. 진입 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고 한두 번만 대충 봐서는 깊이 이해하며 즐기기도 쉽지 않습니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 오페라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그들이 오페라 애호가로 성장하면 그만큼 저변이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윤 단장은 이를 위해 적어도 매년 한 작품 이상은 어린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볼 만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려고 한다. 그 첫 작품이 지난달 선보인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이었다. “어느 좌석이든 어린이 관객은 티켓 가격을 1만원만 받고 어린이를 동반한 부모님에게는 40% 할인 혜택도 제공했어요. ‘어린이들 때문에 객석이 어수선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많았는데 다행히 분위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이 캐릭터에 깊이 감정이입을 하고 몰입해서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윤 단장은 이렇게 오페라의 대중적 인기를 높이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지만 국립오페라단의 여건은 여전히 열악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현재 국립오페라단은 전용 극장은 물론 전속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매번 공연 때마다 일정을 조율하면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섭외하다 보니 장기적인 비전과 로드맵을 갖고 오페라단을 운영하기 힘든 상황이다. “유럽의 오페라단은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는 기본이고 의상팀과 무대 엔지니어까지 다 갖추고 있어요. 국립오페라단의 1년 예산이 100억원 정도 되는데 유럽 오페라단의 하드웨어 규모를 소화하려면 돈이 10배는 더 필요할 거예요. 국립오페라단이 전용 극장을 확보하고 프로덕션 진용도 완벽히 꾸리는 건 적어도 두 세대는 지나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때까지 오페라를 사랑하는 팬층을 꾸준히 늘려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내달 6~9일 국립오페라단은 예술의전당에서 19세기 프랑스 파리의 젊은 예술가들을 그린 ‘라보엠’을 무대에 올린다. ‘헨젤과 그레텔’ 이후 두 달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푸치니가 남긴 ‘라보엠’은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가 많은 오페라이며 제일 자주 공연되는 작품입니다. 푸치니의 애잔한 음악과 감성을 온전하게 객석에 전달하기 위해 서선영·정호윤·강혜명 등 한국 최고의 성악가들을 캐스팅했습니다. 한 작품 한 작품 이렇게 정성을 들여 선보이면 관객들도 그 노력을 알아주실 거라고 믿어요. 임기 동안 열심히 해서 ‘어떤 공연이 올라와도 국립오페라단의 작품은 믿고 볼 수 있다’는 평가를 듣고 싶습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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