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임형근(왼쪽부터) 연구원, 한순규 교수, 성시광 연구원이 한 교수를 재미있게 표현한 조각 옆에서 웃고 있다. /KAIST
국내 연구진이 마약중독 치료제와 항암제의 후보물질로 쓰일 수 있는 천연물을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해 눈길을 끈다. 이보가 알칼로이드 천연물인 카타란틴을 원료로 산화와 재배열을 통해 7종의 천연물을 합성, 마약 치료제 등의 후보물질을 생산하는 원천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신성철)은 화학과 한순규 교수팀이 이같은 성과를 올려 셀 자매지인 ‘켐(Chem)’ 15일자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한국연구재단이 후원한 이번 연구에는 성시광, 임형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이 공동 1 저자로 참여했다.
이보가 알칼로이드가 생 합성적으로 변형된 천연물 중 빈블라스틴은 현재 항암제로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이보가 알칼로이드로부터 자연적으로 파생된 다양한 형태의 천연물군이 대거 발견되며 마약중독 치료제로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천연물 전합성(全合成)은 간단한 시작물질로부터 다단계의 화학반응을 통해 원하는 천연물을 합성하나 이 과정에서 효율이 낮아지는 한계가 있었다.
포스트이보가 알칼로이드의 합성전략 모식도.
이에 따라 연구팀은 천연물인 카타란틴이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 항암제인 나벨빈의 공업원료로 쓰여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산화와 재배열을 통해 카타란틴의 구조를 변형시켜 천연물을 효율적으로 합성한 고부가가치 천연물을 포스트이보가로 명명했다. 다양한 효소 작용을 통해 식물 내에서 이뤄지는 이보가 골격의 분자 재배열을 화학적으로 구현하는 것도 성공했다. 연구팀이 합성에 성공한 포스트이보가 알칼로이드는 타버틴진, 보아틴진, 디피닌B로 이 중 보아틴진과 디피닌 B는 최초의 합성이다. 이중 디피닌 천연물군은 난공불락의 천연물로 여겨져왔다.
한 교수는 “포스트이보가 알칼로이드 합성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부여한 연구결과”라며 “다양한 항암제와 마약중독 치료제 후보물질을 합성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