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는 14일(현지시간) 발간한 연례보고서에서 “중국은 이미 대북 제재 이행을 완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미국의 최대 압박작전을 약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UCESRC는 재무부에 중국의 대북 제재 이행 사항을 담은 보고서를 180일 이내에 의회에 제출하라고 지시할 것을 의회에 권고했다.
UCESRC는 특히 중국이 북한과 핵 회담을 할 때 두는 우선순위는 한국이나 미국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안정, 전쟁 회피, 한미동맹 약화를 중시하며 북한 비핵화는 후순위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미 의회는 대북 압박정책을 한껏 강화하고 있다. 북한 내 미신고 미사일기지 운용 파문을 기점으로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비핵화 협상과 인권 문제 등 대북 정책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예고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몰아붙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회의론을 차단하기 위해 주력하며 북한과 대화를 이어갈 뜻을 밝혔지만 의회가 현미경 검증을 진행할 경우 2차 북미정상회담과 비핵화 협상의 동력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하원의 차기 외교위원장으로 유력한 엘리엇 엥겔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북미 협상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와 하원 외교위원회 간 상당한 접촉이 부족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미국 국가안보와 미국인의 이익에 대한 이슈에서는 하원 외교위가 정기적으로 협의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엥겔 의원의 ‘정기적 협의’ 발언은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꼼꼼히 검증하겠다는 선전포고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비핵화 협상에 대한 감시뿐만 아니라 북한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인권 문제까지 공론화할 뜻을 명확히 했다. 엥겔 의원은 “협상팀 핵심 인사들이 이산가족 재상봉 같은 인권 진전, 북미 협상 상황에 대해 정기적으로 (의회에) 보고하도록 해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특히 엥겔 의원이 “민감한 사안들도 포함된다”며 보고 당사자로 북핵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을 지목하면서 그간 불명확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비핵화 낙관론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이 청문회에서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를 강조할 것으로 보여 풍계리 등 일부 핵 시설에 대한 사찰·검증을 주장하는 북한과의 협상은 더 꼬일 수도 있다./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