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최근 서울 강서구 마곡에 위치한 연구센터(R&D) 부지 매각을 완료하는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자구계획안의 핵심 중 하나인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연기하고 규모도 줄일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구조조정 발표를 미룬 것을 두고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6년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안에서 2015년 말 1만3,199명이었던 인력을 올해 말까지 9,000명 이하로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 6월 말 기준 대우조선의 임직원 수는 9,960명으로 자구계획대로라면 1,000명 가까운 인력을 내보내야 한다.
정성립(가운데) 대우조선해양 사장(CEO)이 15일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CEO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서울 중구 다동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구조조정을 위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회사가 건실하게 수익을 내는 회사로 탈바꿈시키는 게 구조조정”이라며 “지난 1~2년 상황이 많이 개선돼 처음 예상했던 매출 규모와 생산량을 훨씬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생산 문제를 고려해 재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초 삼정KPMG회계법인이 실사를 통해 예상한 실적을 상회하고 있다. 당시 삼정KPMG회계법인은 올해 대우조선해양의 매출액을 7조5,000억원, 내년 매출액을 4조5,000억원 수준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3·4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6조7,792억원으로 7조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올해 전체 매출액은 9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은 내년 매출액도 당초 예상치인 4조5,000억원을 크게 웃돌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 사장은 “매출 규모가 작을 때를 가정해서 세운 구조조정을 진행하면 다시 생산 문제로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며 “상황에 따라서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부터 삼정KPMG를 통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오는 2022년까지 향후 5년간 경영 전망을 진단하고 있다. 실사 결과는 다음달께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토대로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협의해 구조조정 여부와 규모를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날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계획 재조정이 경영 상황을 고려한 선택이라기보다는 노조의 반발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경영진의 구조조정 계획에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대우조선해양 노조 집행부가 참석해 경영진의 발표 내용을 예의주시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새로 선출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대우조선 지회장은 사내 하청업체와의 연대를 통해 경영진의 구조조정 계획에 맞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정 사장은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상황에 대해 “환자로 비교하면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라며 “외형적으로 정상화됐지만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적 자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R&D 인력 확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사장은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에너지 소스도 변화하는 등 선박의 미래가 상당히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이런 변화 속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선도적인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 R&D 인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작지만 단단한 회사’를 위해 매출 7조~8조원 수준의 회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2006년 당시 매출 규모가 7조~8조원 수준이었는데 회사의 효율이 가장 좋았다”며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인력 및 생산 규모를 감안하면 매출 7조~8조원이 적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