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부진에 거래대금 줄어들자 IB사업 더 돋보이네

브로커리지 수익 감소에도
3분기 IB부문 수익은 증가
초대형IB, 발행어음 조달
해외진출 발걸음도 빨라져

증권가에서 투자은행(IB) 사업은 한계에 봉착한 브로커리지 수익의 대안으로 자본시장 업계에서 성장이 가능한 유일한 시장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과 같이 증시부진과 거래대금 감소로 실적 불확실성이 커질 때 IB 사업에 대한 집중도는 더 커질 수 있다. 업무가 늘어나는 만큼 IB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증권맨을 꿈꾸는 취업 준비생이라면 IB에 보다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006800), 한국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071050)), NH투자증권(005940), 삼성증권(016360), 키움증권(039490) 등 5개 증권사의 3·4분기 IB 수수료 수익은 2,390억원(기타 수수료 포함시 3,7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1% 늘었다. 올해 증시 부진으로 인한 거래대금 감소에 증권사 실적에서 브로커리지 수익이 감소하고 있는데 IB 부문 수익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초대형 IB들이 유상증자·발행어음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발판으로 IB부문 투자에 적극 뛰어든 영향이 크다. 증권업계 최초로 단기금융업 1호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조달 누적 금액은 3조원을 넘어섰고 NH투자증권도 지난달 1조원을 넘겨 연말까지 무난히 2조원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거듭된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금을 8조원 이상으로 늘려 투자금이 넉넉한 상태다.

미·중 무역분쟁 등 거시적 이슈에 내년까지 증시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대형증권사의 IB부문 사업 확대는 계속될 전망이다.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 IB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 확보에 대한 수요가 강한데다 지난 9월 28일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의 신용공여한도가 100%에서 200%로 늘어나 사업 여력도 더 생겼기 때문이다. 다만 늘어난 한도는 인수합병과 인수금융, 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를 활용한 PF, 사모펀드(PEF)운용, 중소기업 운용 등 사용이 제한돼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향후 증시 불안에 브로커리지 수익은 등락이 심해질 것으로 보고 수익성이 좋은 IB부문 사업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본다”라며 “IB 부문 경쟁력이 강한 증권사가 좋은 실적을 내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IB 사업 확장을 위해 해외로 나가는 증권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해외 진출 국내 15개 증권사의 상반기 글로벌 영업이익은 734억원(6,607만 달러)으로 나타났다. 작년 전체 해외 영업이익 5,857만 달러 임을 고려하면 수익 상승세가 가파르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미국, 중국, 베트남, 인도 등 12개 해외법인을 갖춘 미래에셋대우가 4,970만 달러로 가장 많이 벌어들였다.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이 직접 홍콩 글로벌 회장을 맡아 진두지휘한 결과로 분석된다.

IB는 업무 특성상 전문성과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내적 역량 강화가 중요하지만 관련 인력의 이직이 잦은 편이라 회사 차원에서 성장시키기가 어렵다는 설명도 나온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국내 증권사의 IB 업무현황 및 시사점’ 논문을 통해 “금융시장에서 IB 업무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고 해서는 안된다”며 “증권사의 IB 업무가 활성화되려면 인력의 전문성과 글로벌 네트워크라는 내적역량 강화와 함께 국내 기업생태계의 역동성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한 증권사 직원은 “IB 업무가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조직과 팀 중심으로 돌아가는 측면이 있어서 이직 시 한 증권사의 IB 팀 전체가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중소형 증권사들이 IB 업무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여기에 있따”고 밝혔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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