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노사상생 일자리 창출 모델이 아닌 기존과 차이 없는 고비용 자동차 공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임금수준과 근로시간, 노동자의 경영 참여 등에서 기존 결정들이 뒤집어지면서 광주형 일자리가 생산성을 높이기는커녕 위기의 자동차 산업에 짐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광주형 일자리를 두고 비공개 협상을 벌인 광주시와 현대자동차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광주시는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예산 심의일인 15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이날을 협상 ‘마지노선’으로 정했다. 이병훈 광주광역시 문화경제부시장은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며 “일요일까지는 협의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근본적 원인이 해결되지 않고 진행되는 협상에서는 아무것도 건질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광주시와 한국노총은 노조의 총파업 경고에 압박을 느끼는 현대차를 달래기는커녕 종전보다 후퇴한 안을 들고 나왔다. 이들이 제시한 합의안에는 현대차가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투자할 유인이 대부분 제거됐다. 기존 현대차 직원 평균 임금의 절반 수준으로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근본 틀은 바뀌지 않았지만 주 44시간, 연간 3,500만원이라던 적정임금 수준은 기존보다 더 높아졌다. 특히 단체교섭 5년간 유예는 삭제됐고 임금인상률을 물가에 연동하는 대신 노조(노동이해대변체)가 사측 대표와 협상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노사 책임경영을 새롭게 넣고 노사협의회의 기능을 대폭 확대해 기업을 운영하도록 한다는 조항이 추가됐으며 하청 업체의 적정임금을 적정단가로 보장하도록 하는 등 하청 업체의 임금까지 새 법인이 보장하게 했다. 생산성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노조의 발목잡기가 그대로 살아 있는 셈이다. 생산차종도 광주시는 처음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요구하다 이제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 배정을 원하고 있다. 생산라인이 이전할 것이라며 총파업을 선언한 현대차 노조를 설득할 명분이 없어졌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한참 후퇴한 광주시와 한국노총의 합의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적부진에 시달리는 현대차가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만족스럽지 않은 조건 하에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작다며 사업백지화 또는 장기표류 가능성도 내놓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금 인상을 물가 상승 수준에 맞게 하겠다는 문구도, 임금협상을 자제하겠다는 문구도 사라지는 등 초기 합의에서 조금씩 밀려나고 있다”며 “광주형 일자리가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제어장치가 없으면 제2의 울산공장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성호·김우보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