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 /연합뉴스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이 회사 자금을 빼돌려 손해를 입었다며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인 스포츠토토 소액주주들이 패소를 확정받았다. 조 전 사장이 형사재판에서는 횡령죄로 징역형을 확정받았지만 민사재판에서는 다른 증거를 감안해 형사 확정 판결을 배척한 결과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스포츠토토 소액주주 93명이 조 전 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조 전 사장은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친형을 통해 친인척과 지인 명의로 여러 업체를 설립하게 한 뒤 스포츠토토의 각종 물품 등을 허위 발주하는 방법으로 회사 자금 15억7,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이와 관련한 형사 재판에서는 2014년 9월 징역 2년6개월을 확정받았다. 1심부터 상고심까지 줄곧 유죄 판결을 받은 조 전 사장은 2014년 12월 만기 출소했다.
스포츠토토 주주들은 이에 조 전 사장이 횡령액수만큼 회사에 해를 끼쳤으니 주주들에게 손해배상해야 한다고 2013년 소를 제기했다. 1심은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 자료가 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반면 2심은 “형사재판은 관련자 진술에만 의존해 횡령죄를 인정했다”며 조 전 사장에 배상 의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형사재판에서는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 받은 조 전 사장이 정작 민사재판에서는 책임을 면한 셈이다.
대법원 재판부는 “민사재판에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춰 형사판결의 사실 판단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이를 배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