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서 상자에 담긴 제주산 귤이 공군 C-130 수송기에 실리고 있다./제주=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제주에서 평양으로 수송 된 귤 200톤을 나눠줄 대상으로 청소년과 평양 근로자들을 택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이 선물로 보낸 제주산 귤을 청소년들과 평양시 근로자들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 남조선의 문재인 대통령이 뜻깊은 선물을 보내어 왔다”면서 문 대통령의 제주산 귤 전달 소식을 보도했다.
통신은 제주에서 수송 된 귤이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남측에 선물한 북한산 송이버섯 2톤에 대한 답례품 성격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통신은 “문재인 대통령은 역사적인 평양 수뇌상봉시기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 동포애의 정을 담아 송이버섯을 보내주신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다량의 제주도 귤을 성의껏 마련하여 보내어 왔다”고 보도했다. 이어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남녘 동포들의 뜨거운 마음이 담긴 선물을 보내어 온 데 대하여 사의를 표시하시면서 청소년 학생들과 평양시 근로자들에게 전달할 데 대하여 지시하시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에게 선물 받은 송이버섯을 이산가족들에게 추석 선물로 나눠줬다. 이후 답례 선물을 검토한 끝에 제주 귤을 골랐다. 답례품 선정 배경에 대해 청와대는 “귤은 북한 주민들이 평소 맛보기 어려운 남쪽 과일이며 지금이 제철이라는 점을 고려해 선정했다”며 “대량으로 보내 되도록 많은 북한 주민들이 맛보게 하고자 하는 마음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귤이 유엔 안보리의 금수품이 아니라는 점과 장기 보관이 어렵다는 점도 답례품으로 선정되는 이유로 작용했다. 귤은 10㎏ 상자 2만 개에 담겨 북한으로 운반됐다. 운반 과정엔 수송기 4대가 동원됐고, 전달은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서호 청와대 통일정책비서관이 맡았다.
지난 7일 제주 서귀포시 서귀포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2018 제주국제감귤박람회’를 찾은 어린이들이 감귤 조형물 옆에서 즐겁게 놀고 있다. 북한에서 귤은 맛보기 어려운 귀한 과일이다. /제주=연합뉴스
하지만 이를 두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귤이 북으로 향하자 제재 상황에서 북한으로 남측 물자가 대량으로 반출된다면서 곧바로 논란에 불을 지폈다.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군 수송기로 북에 보냈다는 귤 상자 속에 귤만 들어있다고 믿는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며 “이미 그들은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수억 달러를 북에 송금한 전력도 있었고, 최근에는 유엔 제재를 무시하고 석탄을 몰래 거래한 사건도 있었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의 ‘귤 상자’ 발언은 ‘차떼기당 흑역사 소환’이라는 또 다른 역풍을 낳기도 했다. 바른미래당은 논평을 통해 “정부가 귤상자를 보낸다고 하니 과거 기득권 부패 정치인들이 사과 박스에 돈을 넣고 은밀한 거래를 했던 것처럼 검은 돈이라고 넣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홍 전 대표를 비판했다. 심지어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사과박스부터 시작해 과일 대신 엉뚱한 물건을 과일상자에 담는 일이야 한국당이 전문일지 모르지만 괜한 시비 걸기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르 높였다.
이처럼 귤 선물을 놓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확산 되자 통일부 당국자는 전달 작업을 완료한 후 “선물의 취지에 맞게 (북한이) 배포를 해서 활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측 역시 남측 내에서 벌어진 논란을 의식해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귤이 일반에 배포될 것임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