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워치] 임원... 0.7%를 위한 달콤한 毒杯

전용차·법카 나오고 연봉도 껑충
모든 직장인들 꿈꾸는 자리지만
부서 막내보다 늦은 퇴근 다반사
연말 인사철 다가오면 불면의 밤
워라밸 중요시 하는 젊은 세대들
"나만의 삶, 임원 자리와 안바꿔"



모든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임원’이라는 달콤한 이름. 신입사원이 임원에 이르려면 얼마나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할까.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2014년 조사한 결과 신입사원이 임원이 되는 비율은 0.74%에 불과하다. 대기업 신입사원이라면 관련 비율이 0.47%로 더욱 낮아진다. 해당 조사가 4년 전 통계수치임을 감안하면 임원 자리를 계속 줄여온 지난 몇 년 동안 그 문은 더욱 좁아졌음이 분명하다.


그렇게 해서 임원이 된다면 뭐가 좋을까. 일단 보이는 혜택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우선 부장 시절에는 갖지 못했던 본인만의 자동차가 제공된다. 상무에서 전무가 되면 운전기사가 나오는 곳도 많다. 결제 한도가 없는 법인카드가 제공되며 각종 상여를 포함한 실수령액은 2배가량 오른다. 공유오피스가 도입되는 추세라고는 하나 여전히 몇몇 기업은 상무급에게 별도의 개인사무실을 내주고 골프회원권이나 그룹사 호텔 이용권 등도 제공한다. 회사 내에서 보다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닐 수 있는 승자의 여유와 가족들의 높아진 신망은 덤이다.

문제는 임원이라는 왕관의 무게를 견디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부서 막내보다도 1시간가량 일찍 출근하고 1시간 늦게 퇴근하는 것은 기본이다. 주52시간제 도입으로 임원들의 삶은 더욱 열악해졌다. 관리직이다 보니 주52시간 제도의 혜택은 받을 수 없는 반면 주어진 시간 안에 일을 끝내야 한다는 압박은 커졌다. 이 때문에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사무실에서 우두커니 PC를 보며 남은 일을 처리해야 하고 토요일 출근도 다반사다. 한 부서를 관리해야 한다는 엄청난 업무 부담에 주름은 깊어지고 흰머리도 늘어난다.

특히 대부분의 임원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11월 말부터 한 달가량 잠을 제대로 못 잔다. 재계약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기업은 임원 승진 후 2~3년가량의 임기를 보장해준 후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한다. 재계약에 실패할 경우 리크루팅 사이트나 링크드인을 뒤적거려야 하며 이마저도 안 되면 치킨집을 차려야 한다. 예전에는 대기업 임원 출신이면 모셔가는 중소기업이 많았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신입 때처럼 열심히 구직을 해야 자리 하나를 겨우 꿰찰 수 있다. 11월이 임원들에게 ‘불면의 밤’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오너 일가의 자제거나 친척이라면 재계약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이 때문에 요즘 신입사원들은 임원 자리를 ‘독이 든 성배’로 취급하기도 한다. 특히 삶과 일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이 중요한 신입사원들에게는 임원 자리와 나만의 삶을 바꿀 마음이 없다. 이 같은 분위기에도 기업들은 임원이 될 만한 ‘될 성부른 나무’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 한 인사담당자는 “신입이 입사하면 연수 기간 중 ‘성취(performance)’와 ‘잠재력(potential)’을 각각 분류해 상위 점수를 받은 인재들을 특별관리하고 있다”며 “이들 두 가지 평가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이들에게는 비교적 어렵지만 눈에 띄는 업무를 주며 성취는 낮은 대신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은 이들은 과장급까지는 기회를 주는 편”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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