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욱 휴넷 회장의 또 다른 이름은 페이스북 유저다. 현재 팔로어 수만 약 4,000명으로 하루에 약 4~5개의 포스팅을 하고 있다. 경영 현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만큼 홍보성 글만 가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면 보기 좋게 틀렸다. 그의 페이스북은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여행기, 다양한 생각, 직접 촬영한 영상과 사진 등으로 채워져 있다. 몇 해 전부터는 페북시당·영당·음당·활인 등의 ‘페북서당’이라는 자체 코너까지 만들어 좋은 시와 영상·음악·글 등을 팔로어들과 함께 공유해오고 있다. 권 회장은 “기업인으로서 소셜 미디어 활동을 줄여야 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공자님 말씀에 ‘사람이 말을 해야 할 때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고, 말을 하지 말아야 할 때 말을 하면 말을 잃는다’는 말이 있어 페이스북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며 “다만 정치나 종교 등 논란의 여지가 큰 글에 대해서는 자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삶의 축은 ‘쓰말노’이기 때문에 페이스북에 글을 계속 쓰고 있다고 밝혔다. ‘쓰말노’란 쓰고 말하고 노래하는 것으로 그의 삶을 지탱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청춘합창단을 통해 노래를, 각종 강연 등을 통해 말하기를,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쓰기를 충족하는 셈이다. 권 회장은 “행복이란 몰입과 몰입을 통한 망각이라고 생각한다”며 “글을 쓸 때는 모든 것을 망각하고 몰입할 수 있어 제일 행복하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내가 봐도 ‘좋다’ 싶을 정도로 좋은 글을 쓰면 기분이 정말 좋다”며 “그 글을 읽을 때면 마치 예쁜 보석을 하나 만들었는데 그 보석이 무언가와 부딪쳐서 내는 ‘땡그랑’ 소리가 들리는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소셜미디어가 인생의 낭비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권 회장은 “저는 저의 삶이 고스란히 기록되고 잘 갈무리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며 “그 기록을 위해 글을 담는 그릇이 과거에는 일기장이었다면 이제는 소셜미디어가 그 역할을 하기 때문에 페이스북을 일기장으로 생각하며 글을 쓰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글을 쓰기 위한 세 가지 요건은 △글이 쓰고 싶은 것 △사람들이 읽어주는 것 △글이 보관돼 기록으로 남는 것인데 소셜미디어는 이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세상과 소통을 하는 데 소셜미디어가 주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소셜미디어의 가장 큰 장점은 내 의견을 세상에 알리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세상과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를 열어 보여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넷인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도 페이스북을 열심히 하라는 것”이라며 “프라이버시 노출 등의 문제가 있지만 더 많은 사람이 소통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팔로어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도취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많은 팔로어 중에서 내가 올린 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은 많아야 100~500명”이라며 “500명이 이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고 도취되기보다는 나머지 팔로어들이 ‘좋아요’를 누르지 않은 이유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이 쓴 글이 타인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받으면 모두가 자신의 의견에 찬성하는 것이라고 여기는데 사실은 그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대다수의 나머지 사람들이 단순히 논란을 만들고 싶지 않아 반응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권 회장은 “어떤 사람의 글이 나와 의견이 다를 때 굳이 댓글을 달아서 시비를 걸기보다는 조용히 넘어가지 않느냐”며 “‘좋아요’나 댓글 수에 도취돼서 ‘내가 최고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