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집을 나서면 차량이 운전기사와 함께 대기하고 있다. 차 뒷좌석에 앉아 오후 회의 자료를 훑어보면서 회사로 이동한다. 회사 주차장에 내린 뒤 임원용 엘리베이터에 탑승한다. 이 덕분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사무실에 도착한다. 사무실은 직원들과 분리된 개인 공간이다. 비서로부터 일과를 보고받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주요 대기업 임원들의 하루는 대개 이렇게 시작된다. 임원을 달고 매일 피부로 느끼는 차이점은 개인 차량이 생긴다는 점이다. 상무급부터 개인 차량을 제공 받지만 배기량은 직급에 따라 다르다. 상무급은 3,000㏄ 이하의 현대자동차 그랜저나 기아자동차 K7을, 전무급은 3,500㏄ 이하의 제네시스 330이나 K9 330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부사장급에서는 4,000㏄ 이하의 제네시스 EQ900 380이나 K9 380을 애용한다. 사장급은 제네시스 EQ900 50 등 5,000㏄ 이상의 차량을 주로 선택한다.
개인 운전기사는 보통 전무급부터 배정된다. 임원이 개인 용무가 아닌 공무를 수행할 때 이동을 돕는 역할이다. 임원이 기사를 배정받지 않고 직접 운전할 경우 자가운전 비용을 보전받는다. 개인비서 역시 전무급부터 붙는다. 상무급에도 업무와 전화 연결을 돕는 비서는 배정되지만 이들은 해당 부서 전체의 업무를 관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루 종일 임원을 밀착 마크하는 수행비서는 대개 부회장급부터 배정된다.
임원에게는 별도의 업무공간이 주어지지만 공간의 성격은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다. 삼성전자의 상무·전무급에게는 부장 때에 비해 훨씬 넓은 공간이 제공된다. 별도 집무실이 아니라 파티션으로 구분된 개인 공간의 성격이다. 그러나 다른 대기업에서는 상무급부터 독립된 집무실을 제공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임원을 달면 파격적인 보수를 받는다. 부장에서 상무급으로 승진하면 연봉부터 약 2배로 뛴다. 성과급의 규모도 대폭 늘어난다. 연봉 외에도 성과에 따라 30% 내외의 성과급을 적용받는다. 지난 3월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삼성전자의 권오현 종합기술원 회장은 올 상반기에만 45억3,500만원을 보너스로 받았다. 지난해 대표이사직에 있으면서 상반기 139억8,000만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성과급을 받은 것에 비하면 그나마 감소한 수치다.
항공편으로 해외출장을 갈 때는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부장급이 10시간 이상 비행을 할 때 좌석을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해준다. 그러나 임원이 되면 거리와 상관없이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을 제공한다. 성향에 따라서 비즈니스 클래스 이용을 꺼리는 임원도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아는 임원분이 해외 출장을 다녀온 뒤 ‘이코노미석 탔더니 힘들어 죽겠다’고 하는 걸 들었다”며 “검소한 성향이라 이코노미석을 타신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들이 매년 받는 건강검진의 수준 또한 차원이 달라진다. 임원들의 건강검진 기본 패키지는 100만원대부터 시작되는 게 보통이다. 10만원대인 일반 직원들의 건강검진비의 10배 수준이다. 100만원 초과분만 추가로 내면 원하는 검사 항목을 선택해서 검진을 받을 수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임원분들은 연세도 있으시고 아무래도 열심히 일해야 돼서 그런지 거의 하루 종일 건강검진을 받으시더라”고 전했다. 건강검진 혜택은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에게도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골프장 회원권 또한 제공한다. 회원권과 별도로 그린피(Green Fee) 명목의 골프 비용이 나오는 곳도 있다. 그러나 대기업 임원들이 골프를 좋아한다는 통념은 통념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임원이 되면 체력도, 업무 시간도 부족한데 골프를 칠 시간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과 다르게 임원만을 위한 혜택은 많지 않은 편이다. 특히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임원과 일반 직원과의 복지 혜택 차이도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섬유업계의 한 회사는 법인 차량과 건강검진·법인카드 등 업무에 필수적인 부분만 회사에서 지원한다. 상무급 이상부터 법인 차량과 유류비를 지원하지만 영업사원들에게도 법인 차량이 제공된다는 점에서 큰 차이는 아니라고 전했다. 한 화장품 회사의 관계자는 “대기업에서는 전무급부터 비서를 두지만 우리는 대표급부터 비서를 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게임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에서 임원으로 오르더라도 따로 업무 공간이 마련되거나 차량이 제공되지도 않는다. 대표이사나 ‘치프(Chief)급’ 등 소수 임원에게만 업무 효율성을 위해 부득이하게 이 같은 혜택이 제공된다. 물론 이들에게도 ‘높은 연봉’ 외에 특별한 대우를 해주는 것은 없다. 오히려 본부장이나 부문장 등 일반 임원은 팀원들 옆자리에 앉아 함께 근무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도 출근 시간에 판교 사무실에서 아무렇지 않게 엘리베이터에 줄을 서서 타는 등 회사 내부적으로 임원을 의전하거나 깍듯하게 대우하는 문화는 없다”고 설명했다.
/박효정·이수민·지민구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