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한 고시원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친 서울 종로의 고시원 화재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기존 노후화된 건축물이 새로운 화재 기준을 적용하도록 인센티브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형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 규제는 강화됐지만 기존 건물에 소급적용이 안 돼 화재의 위험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화재위험도와 별개로 설정된 건축물 용도분류체계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7일 국회입법조사처는 현안분석 보고서 ‘건축물 화재안전 관련 법 제도 현황과 개선방향’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 관련 규제는 강화됐다.
2010년 해운대 오피스텔 화재로 5명 다친 후 30층 이상 고층 건축물 외벽에 불에 타기 쉬운 외장재를 사용할 수 없도록 안전 조항이 추가됐다. 5명이 죽고 125명이 다친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 후에는가연성 외장재 사용 금지 대상이 6층 이상 건물 등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29명이 사망한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때는 아예 3층 이상 건축물로 적용 대상 조건을 강화했다.
이처럼 안전 관련 기준은 강화되고 있지만 노후화된 건축물은 예외 대상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준공 후 30년 이상 된 건축물은 전국에 약 200만동으로 36.5%를 차지할 만큼 많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역시 2009년 이전에 설립돼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에서 예외 적용을 받아 피해를 키웠다.
기존 노후화된 건축물이 자발적으로 방화 대책 보강에 나서도록 인센티브가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김예성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건물주 스스로가 화재 안전 성능 보강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시공비의 이자를 지원하거나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 “다만 인센티브 제공에서 사회적 합의와 지원 대상의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재로 7명의 시민이 숨진 서울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 화재 현장 앞에서 지난 12일 전국세입자협회 회원들이 정부와 국회에 주거권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아울러 이번 기회에 화재의 위험도를 반영한 용도 분류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축물의 주 사용용도에 따른 분류 체계로 인해 화재 위험도가 높은 시설이 들어와도 별도 소방시설 설치를 요구받지 않는 게 현실이다. 대표적으로 단독주택의 경우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노인복지시설 등으로 활용되지만 피난시설 및 소방시설 설비 기준이 완화돼 있다.
이 연구관은 “건축물의 노후도, 화재 위험도를 반영한 용도분류체계 재편을 통해 화재 안전성을 확보하고 화재 예방이 가능하도록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