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수익을 낸 글로벌 펀드는 북미와 브라질 두 지역뿐이었다. 변동성이 심했던 하반기 장세를 감안해도 각각 5.24%와 5.79% 수익률을 올렸다.
같은 기간 주요 신흥국 카테고리 펀드 상품들은 큰 폭의 손실을 봤다. 중국은 -21.04%를 기록하며 글로벌 카테고리 내에서 가장 크게 손해를 봤고 친디아 -17.14%, 신흥아시아 -12.23%, 베트남 -0.71%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자금 흐름 상황은 정반대다. 중국 펀드는 2,011억원을 빨아들였다. 글로벌 증시가 출렁였던 지난 한 달 동안에도 107억원이 꾸준히 유입됐다.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큰 폭으로 하락한 중국 증시의 반등을 예상한 자산유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베트남 9,404억원, 신흥아시아도 1,730억원이 순유입 됐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흥국들은 2분기 달러 강세 시작과 함께 대체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으나 브라질의 경우 정권교체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며 9월 이후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특히 10월 글로벌 증시 급락국면에서도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또 “한가지 주목할만한 사실은 하락세가 여전하던 10월을 기점으로 아시아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 대규모 자산유입이 시작됐다는 것”이라며 “중국 증시가 아시아 신흥국 펀드의 절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투자자들은 중국증시의 반등임박을 예상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무역전쟁은 여전히 해결의 기미가 안보이지만 이미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점, 또 중국 정부가 지준율 인하 등 시장부양 조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점은 증시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증시도 주목해 볼만 하다. 대선 특수가 있었던 브라질 정도를 제외하면 10월 글로벌 증시 급락 국면에서 자유로웠던 국가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일본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데다 올해 가장 우수한 실적을 보여준 미국 증시와 비교해도 선방한 모습을 보였다. 김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일본 거시경제 상황이 양호하다는 점이 자산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며 “각 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대체로 하향 수정되는데 반해 일본은 상향 조정됐으며 고용, 물가 측면에서도 확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분위기는 자산 시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투자처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월가의 펀드매니저들은 이미 신흥국 주식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따르면 월가 펀드매니저들이 포트폴리오 내 신흥국 주식 비중을 13%로 확대했다. 이는 지난달 5%에서 두 배 이상 상승한 수치다. 약 10년래 최저치로 떨어진 사이 밸류에이션 매력이 상승한 신흥국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