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장은 프리미엄급을 넘어선 ‘럭셔리’로 분류되는 시장이다. 포르쉐와 마세라티는 오랜 전통으로 이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해왔다. 올해 신형 파나메라가 국내에 출시되자 지난해 310대에 불과했던 판매량이 1,350대(9월 기준)까지 뛴 것만 봐도 이 시장의 잠재고객은 크다. AMG와 M이라는 고성능 브랜드로 강력한 퍼포먼스를 앞세운 벤츠와 BMW가 이 시장에서 추격을 넘어 추월하겠다는 것.
메르세데스 벤츠 AMG 4도어 쿠페
파나메라와 콰트로포르테를 저격하겠다고 먼저 선언한 곳은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차 AMG다. 지난 9월 독자 개발한 세 번째 모델 AMG GT 4도어 쿠페를 세계 시장에 공개하고 미디어 행사를 열었다. AMG는 보통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델을 고성능 버전으로 내놓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SLS AMG를 독자 생산한 데 이어 최근 AMG GT도 완전 독립적으로 제작했다. 4명이 탈 수 있는 AMG GT 4도어 쿠페는 AMG가 사실상 럭셔리 시장에서 더 많은 고객을 끌어오기 위한 첫 번째 모델이라고 봐도 된다. 역시 경쟁자로 지목한 모델은 포르쉐 파나메라다. 가장 강력한 모델인 AMG GT4 63S 4매틱 플러스는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의 성능을 뛰어넘는 파워트레인을 갖췄다. 최고성능 모델인 AMG GT 4도어 63S 4매틱 플러스는 4.0ℓ V8 바이터보 엔진에 최대 639마력, 91.8㎏·m의 토크를 내는 괴물이다.
얼굴은 백상아리의 코를 부드럽고 굵게 아래로 다듬은 형태다. 헤드램프로 이어지는 전면부는 미식축구 선수의 우람한 어깨를 떠올리게 한다. ‘우아함’을 추구하는 벤츠의 정체성에도 AMG GT4도어 쿠페는 야성이 숨겨진 모델인 것을 첫눈에 알 수 있다.
AMG GT 4도어 쿠페는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처럼 백상아리를 형상화한 디자인이다. 시장에 나오면 두 모델은 성능뿐 아니라 디자인에서도 직접적인 경쟁에 돌입할 계획이다.
BMW 8시리즈 쿠페
최근 BMW가 고성능 럭셔리 스포츠세단 ‘M8’의 출시를 확정했다는 소식을 전 세계에 알리면서 이 시장이 내년 4파전으로 확전될 분위기다.
M8은 올해 공개된 BMW의 럭셔리 퍼포먼스 스포츠쿠페 8시리즈를 기반으로 만드는 고성능 ‘M’ 버전이다. 8시리즈는 BMW가 1999년 단종된 고성능 스포츠카를 19년 만에 부활시킨 모델이다. BMW 8시리즈는 전장이 4,843㎜, 전폭 1,902㎜, 휠베이스 2,822㎜에 달하는 대형급 스포츠세단이다. BMW는 쿠페에 이어 컨버터블, 4도어 쿠페 시리즈까지 라인업을 확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고성능 M8까지 내놓을 계획을 밝혔다.
8시리즈는 가로로 늘린 키드니 그릴에 날렵한 루프라인, BMW 역사상 가장 얇은 LED 에드라이트로 역동적이면서도 날카로운 모습을 강조했다. 특히 측면부는 근육질을 강조하면서도 무게 중심을 낮춰 강력한 모습을 연출한다. 실제로도 힘이 넘친다. 공개된 M850i만해도 4.4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에 5,500~6,000rpm에서 최고출력 530마력, 최대토크 76.5kg·m를 뿜어낸다. M8이 나온다면 그야말로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550마력·78.5kg·m)와 콰트로포르테 GTS(530마력·66.3kg·m)를 훌쩍 뛰어넘는 파워트레인을 장착할 가능성이 높다.
포르쉐 파나메라
BMW M과 메르세데스-AMG의 모델들이 이 시장에서 파나메라와 콰트로포르테를 뛰어넘으려면 성능에 더해 ‘특별함’이 필요하다. 포르쉐의 압도적인 핸들링과 기술력, 미래와 전통을 녹여낸 디자인 등이다. 마세라티도 ‘황소울음’을 연상하는 배기음과 이탈리아의 특별한 감성이 담긴 실내가 프리미엄이 아닌 럭셔리 브랜드로 명맥을 이어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BMW 8시리즈는 마세라티가 따라올 수 없는 전장시스템과 첨단 안전 사양을 갖춘 것이 장점이다. 여기에 더해 다이아몬드를 연상시키는 기어 레버가 럭셔리 모델로서 지향점을 드러낸다. AMG GT 4도어 쿠페 역시 최상위 럭셔리 세단 S클래스의 실내 못지않게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고성능 럭셔리 스포츠세단은 상위 모델의 경우 한 대당 가격이 2억원에 육박한다. 4명이 탈 수 있으면서도 데일리 카로서 질리지 않는 승차감과 필요할 때 스포츠카를 제외하면 따라올 수 없는 고성능까지 갖춰야 한다. 여기에 특별한 전통성과 럭셔리가 녹아있어야 팔린다. AMG와 BMW M의 도전이 쉽지 않은 이유다. 수입차 업체 임원은 “S클래스 같은 세단이 아닌 브랜드 가치와 전통성이 녹아 있는 대형 고성능 스포츠세단으로 파나메라와 마세라티를 단숨에 뛰어넘기는 어렵다”며 “M과 AMG도 도전을 통해 조금씩 이 시장을 잠식해나가는 전략을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