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로 온실을 확인하고 모바일 기기를 통해 온도를 올리거나 습도를 낮추는 기술, 이를 스마트팜 1세대 기술이라고 합니다. 1세대 모델을 적용한 스마트팜의 국내 보급실적은 2014년 405핵타르에서 2017년 4,010핵타르로 10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일반인이라면 “아 이 정도만 돼도 우리나라도 농업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와 비슷한, 집 밖에서 가스 벨브를 잠그고 온수 온도를 조정하는 스마트홈의 국내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니까요. 지난 15일 농촌진흥청 농업공학부 스마트온실에서 열린 2세대 기술 시연회를 보고 왔는데요. 1세대 스마트팜의 한계를 느끼고 왔습니다. 1세대 기술만으로는 정부가 국정 목표로 제시한 청년농 확대와 수출 증가를 위한 국내 농산물의 품질 향상 어렵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죠.
2세대 기술이 적용된 온실의 예상 사례입니다. 한번 상상해 보시죠. 직장을 그만 두고 토마토 농사에 뛰어든 청년농 A씨. 2세대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온실에 출근한 그는 알 수 없는 반점이 과실에 생겼다는 점을 알게 됩니다. 스마트폰을 꺼내 이를 촬영한 뒤 이를 클라우드에 전송하니 병충해 이름과 투입해야 할 약품, 병충해로 인해 줄어든 과실의 생육 정보 등이 스마트폰으로 전송됍니다. 경험이 없는 청년농인 그도 빅데이터 기반의 클라우드를 통해 바로 대응할 수 있었는데요. 경험을 통해 체득한 지식, 이것이 농업을 시작하는 기본이었다면 이제는 빅데이터 분석 업체로부터 솔루션을 받아 그대로 실행만 해도 되는 것이 농업의 진입 문턱을 낮추는 2세대 스마트팜 기술의 핵심이었습니다.
스마트 온실에 들어선 순간 작물 사이 사이에 설치된 기계들이 눈에 띄었는데요. LED 램프가 일조량이 부족한 날을 대비해 인공 광원으로서 안을 밝게 비추고 있었고 온도와 습도, 이산화 탄소를 측정하는 계측 장비도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디스플레이에선 작물 정보가 나왔고 온실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에서 수집된 정보들이 과실의 크기, 예상 수확량 등을 그래프로 나타냈습니다. 최적의 온도보다 2도 가량 낮다는 분석이 나왔는데 시연회 담당을 맡았던 김상철 농진청 과장이 “차광막 열어”라고 명령하자 “차광막을 열고 있습니다”라는 소리와 함께 맑은 하늘이 보였습니다. 구글의 지니와 같이 ‘팜 보이스’이라는 음성 인식 장치가 구축됐기 때문인데, 음성인식 기술 역시 2세대 스마트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앞서도 설명 드렸지만 2세대 스마트팜 기술과 1세대의 큰 차이점은 ‘빅데이터 분석’인데요. 빅데이터 분석의 핵심은 ‘우수 농가’의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전국적으로 스마트팜을 설치한 농가가 더욱 더 들어나야 하고 정부 주도의 실증 단지 확대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스마트팜을 적용한 우수 농가의 재배 환경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딸기, 토마토, 버섯 등 작물 별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스마트팜에 대한 불편한 시각이 존재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 등이 ‘대기업의 농가진출’이라는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스마트팜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SKT, KT 등 통신사는 대기업이긴 하지만 이들이 대규모 작물 생산에 나서는 게 아니라 데이터를 분석하는 클라우드를 구축하는 사업에 진출을 희망합니다. 농업 관계자는 “현재는 데이터 분석이 정부의 R&D로만 진행되고 있다”며 “이미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고 있는 통신사들이 적극 참여해 준다면 기술 수준은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해외 사례를 보시면 우리나라가 머뭇 거릴 시간이 없어보입니다. 유리 온실로 유명한 네덜란드는 스마트팜 2세대 기술을 가장 먼저 적용해 애그리테크 이노베이션(Agritech Innovation) 등 기업이 개발한 식물공장을 상용화해 유럽 전역에 수출 중입니다. 중국도 최근 13차 5개년 계획에 ICT를 통한 농업 선진화를 핵심과제로 내세우며 관련 투자와 지원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중국의 북경홍푸국제농업유한회사(Beijing Hongfu International Agriculture Ltd.)는 총 660㏊ 규모인 첨단 농복합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50억위안(약 22억6350만달러) 투자 유치를 목표로 삼고 있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