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 현장을 방문하기 직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중앙정보국(CIA)으로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했다는 보고를 받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대한 최종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다며 진실이 드러날 때까지 사우디와의 전략적 관계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17일(현지시간)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 현장을 방문하기 위해 전용기 편으로 이동하는 도중 지나 해스펠 CIA 국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샌더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해스펠 국장의 구체적인 통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대통령은 CIA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통화는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이 CIA가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한 인물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라는 결론을 냈다는 보도가 이어진 가운데 이뤄졌다.
이후 국무부는 헤더 나워트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면서 “정부가 최종 결론을 냈다는 보도는 정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또 미국과 사우디의 중요한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건의 진실을 계속해서 추구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에 탑승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함마드 왕세자의 카슈끄지 살해 지시 여부와 관련해 “아직 (CIA)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현재로선 그(무함마드 왕세자)가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우리는 그들이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알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 행정부는 지금까지 카슈끄지 피살사건에 연루된 사우디 정부 관리 21명의 비자를 취소했으며, 또한 연루자 17명에 대한 계좌 동결 등 경제제재를 단행했다.
미 언론은 CIA 조사 결론을 계기로 앞으로 사우디 정부를 강력히 처벌하라는 의회의 목소리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했다.
공화당 소속인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트위터에서 “카슈끄지 살해 지시와 관련한 모든 것은 무함마드 왕세자를 지목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는 무함마드가 그의 명령을 수행한 이들을 처형하기 전에 책임을 묻는 신뢰할만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