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의 유류세 인상으로 촉발된 이른바 ‘노란 조끼 운동’이 프랑스 전역에 휘몰아치고 있다. 시위대의 불만이 유류세 인상을 넘어 전반적인 정부 정책까지 옮겨붙으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시위대가 유류세 인상에 항의하기 위해 프랑스 전역 1,000여곳의 로터리와 고속도로 출구를 봉쇄하는 등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가 도로 정차 시 사고 예방을 위해 운전자들이 차에 구비하는 노란 조끼를 입고 있어 ‘노란 조끼 운동’이라는 별칭을 얻은 이번 시위에는 정부 추산으로 28만3,000여명이 참가했다. 이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시위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가 노조나 정치단체의 후원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는 프랑스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리서치 업체 엘라베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3%가 이번 시위를 지지한다고 답하는 등 시위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지지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날 시위 과정에서 시위대에 둘러싸여 당황한 운전자가 시위대를 들이받으면서 50대 여성 1명이 숨지고 최소 200여명이 부상을 입는 등 피해도 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시위를 적극적으로 막고 있지는 않지만 일부 도로에서는 도로 봉쇄를 막으려는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도 벌어졌다. 마크롱 대통령의 집무실 겸 관저인 엘리제궁에 접근하는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최류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이번 시위는 프랑스 정부가 올 1월 대기오염 방지와 신재생에너지 사용 촉진 명목으로 유류세를 인상한 것이 계기가 됐다. 유류세 비중이 2000년대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올해 초반 국제유가 상승과 맞물려 서민층의 기름값 부담이 증폭된 것이다. 특히 농기구에 경유를 사용하는 농민과 화물트럭 운전자들이 직격탄을 맞자 이들을 중심으로 유류세 인하 목소리가 커졌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경유 가격은 23%, 휘발유 가격은 15% 올랐다. 마크롱 정부는 내년 초에도 디젤은 ℓ당 6.5센트, 휘발유는 2.9센트씩 유류세를 추가 인상할 방침이다.
게다가 피해가 지방과 소도시의 서민들에게 집중되면서 가뜩이나 ‘부자를 위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마크롱 대통령에게 시위대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외신들은 시위대의 분노에는 유류세 인상뿐 아니라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해온 개혁에 대한 피로감과 함께 높은 실업률과 세제개편·연금개혁에 대한 불만이 함께 담겼다고 평가했다. BBC는 “시위대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중산층을 버리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며 “일부 시위자들은 마크롱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여파로 마크롱의 지지율은 또다시 하락하며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8일 프랑스여론연구소(IFOP)가 유권자 1,957명을 대상으로 지난 9~1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마크롱의 국정 지지율은 한 달 전보다 4%포인트 하락한 25%에 그쳤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