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26만원·6,791만원·6,629만원.’
국내 대기업 직원의 연봉이 아니다.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에너지공사·서울교통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SH) 직원들이 지난해 1인당 평균적으로 받은 금액이다. 기본 연봉이 높은 상황에서 200%에 가까운 성과급이 책정되면서 직원들은 많게는 8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챙겼다. 서울시 산하기관의 총부채가 여전히 20조원에 달하고 교통공사 등 일부 공기업의 경우 대규모 적자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대규모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것은 결국 ‘공기업=신의 직장’이라는 청년들의 불만만 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미 올해 산하기관에 따라 많게는 250%의 성과급이 지급돼 성과급 파티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월 기본급의 최대 2.75배까지 챙겨=김소양 서울시의회 의원(자유한국당·비례)이 서울시로부터 전달받은 ‘2016~2017년 서울시 산하기관 평가(성과)급 지급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관별로 한 달 기본급의 최고 275%에 달하는 성과급이 지출됐다. 여성가족재단과 서울문화재단이 275%였으며 서울관광마케팅은 250%를 받았다. 성과급이 아예 지급되지 않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제외하면 적게는 70%씩 모든 기관이 골고루 성과급을 챙겨갔다. 이들 서울시 출자·출연기관의 경우 행정안전부의 지침에 따라 서울시가 구체적인 지급기준율을 결정한다.
행안부가 등급과 지급기준율을 모두 정하는 서울시설공단·농수산식품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경우 지난 2016년에 비해 경영평가등급이 떨어졌는데도 지급기준율은 똑같이 196%로 책정돼 지급 총액이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일도 발생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2017년도 경영평가부터 나 등급의 지급기준율이 80~100%에서 130~150%로 상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다 등급의 경우도 30~50%에서 80~100%로 올랐다. 경제 위기에 민간 기업은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상황에서도 ‘성과급 더 챙기기’에 행안부가 일조한 셈이다.
올해도 성과급 잔치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성과급이 지급된 7개 출자·출연 기관의 지급기준율은 70~250%에 달했다. 가장 높은 곳은 서울연구원과 서울시복지재단이었다. 김 의원은 “민간 사회복지사들이 200만원도 못 버는 상황에서 복지재단이 250%의 성과급을 챙겼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올해 행안부 지방공기업 평가에서 시설공단과 농수산식품공사의 평가등급은 한 단계 오른 ‘나 등급’으로 책정됐으며 교통공사와 SH의 경우 2017년과 같은 ‘다 등급’을 받았다. 결국 행안부가 성과급 지급기준율을 하향 조정하지 않는다면 전년과 유사한 수준의 금액이 또 나가는 것이다. 행안부가 올 8월 발표한 지급기준율은 지난해와 변화가 없었다.
◇성과급만 1,300억원 교통공사, 요금인상 논의는 ‘스톱’=서울경제신문이 복수의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의원과 접촉한 결과 현재 의회 내에서 ‘지하철 요금 인상’ 논의는 뚝 끊겼다. 이달 초 정례회가 시작하기 전까지 만해도 “교통공사의 적자가 지난해 5,000억원이 넘어 요금을 올려서라도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교통공사도 9월 ‘도시철도 재정건전성 세미나’를 개최하며 요금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결국 올해 안에 지하철 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게 된 것이다.
시의원들은 한목소리로 “교통공사의 채용비리 의혹으로 뒤숭숭한 상황에서 지하철 요금 인상은 어렵다”고 말했다. 교통공사의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임금은 6,791만원에 달했으며 성과급 총액은 1,309억4,200만원이었다. 서울시와 교통공사는 줄곧 “지난해 5,254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은 무임승차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는 “방만한 성과급 등 인건비 구조부터 손보라”는 성토의 목소리가 높았다.
서울교통공사가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중 인건비 총액은 1조2,940억원으로 전년보다 29억원 증액됐으며 이 역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인건비 증가는 교통공사의 경영난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버스 요금을 먼저 인상하고 후에 여론이 잠잠해지면 지하철 요금을 올리는 방식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산하기관 늘리는 서울시…내년에는 역대 최대 24곳=이처럼 투자기관과 출연기관의 방만한 경영 문제와 성과급 지급 시스템의 허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서울시는 ‘사회서비스원’이라는 산하기관을 내년 안으로 추가 설립할 예정이다. 사회서비스원은 노인·장애인 돌봄 서비스 등 민간에 맡겨졌던 사회복지사업을 공공 부문이 직접 제공하는 기관이다. 서울시는 사회서비스원 개원을 위해 국비 14억4,000만원과 시비 88억7,039만원을 내년도 예산에 편성했다. 이렇게 되면 서울시 산하 기관은 역대 최대 규모인 총 24곳으로 늘어난다. 또 매년 서울시가 직접 고용하는 돌봄 서비스 노동자가 증가할수록 관련 예산도 따라서 늘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 산하 기관의 성과급 지적에 대해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기관에서 나름대로 사업 추진에 대해 애쓰고 있는데다 (행안부와 서울시가) 평가를 통해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어 무작정 많이 주고 있다고는 말하기 힘들다”고 해명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