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라인 모습. /서울경제DB
중국의 반도체 기업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오는 2020년부터 6세대인 128단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하겠다는 로드맵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겨우 32단 낸드 시제품을 내놓은 YMTC가 64단과 90단을 뛰어넘어 2년 뒤 곧바로 128단 낸드를 대량생산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운 것이다. 삼성전자가 내년에 100단 제품을 내놓을 계획임을 고려하면 삼성과의 기술격차를 1년 언저리까지 단숨에 따라잡겠다는 YMTC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대만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와 업계에 따르면 YMTC가 내년 하반기부터 128단 3D 낸드 개발에 착수해 내후년부터 양산한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3D 낸드는 평면구조의 메모리를 수직으로 쌓아올린 것으로 단수가 높을수록 고용량 제품이다. 단수에 따라 △3세대(32단) △4세대(64/72단) △5세대(92/96단) 등으로 구분되는데 통상 1세대를 건너뛰는 데 1년가량이 걸린다. YMTC는 중국 최대 국영기업 칭화유니 산하의 낸드 업체로 올 4·4분기 32단 3D 낸드를 개발했다. 32단 낸드가 삼성이 2014년 만든 제품이라는 점에서 선두업체와 기술격차가 3~4년가량 난다. 현재 5세대 낸드를 양산하는 곳은 삼성·도시바뿐이다. SK하이닉스도 최근 96단 낸드 개발을 마치고 연말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삼성의 경우 내년 하반기에 100단 낸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만약 YMTC가 목표대로 내후년 128단 낸드를 양산한다면 삼성과의 기술격차가 1년 정도로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긴장하는 모습이다.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주춤하고 있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목표의식이 새삼 확인된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16일 ‘메모리 업체에 대한 반 독과점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중국 정부의 발표도 나온 상황이라 위기감이 더 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이제 막 개발한) 32단 제품은 양산하더라도 원가경쟁력이 없다”며 “결국 선두업체와 제대로 붙기 위해서는 6세대 제품을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봤다. 다른 관계자도 “중국이 2년 뒤 128단 낸드를 양산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다만 중국이 가격 담합을 명분으로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태라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