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7대지표 중 6개 '환란·금융위기 수준'

설비 -19%·공장가동률 74% 등
10~20년래 최악수준으로 하락
당시엔 산업경쟁력 있어 버텨
지금은 실물위기...돌파구 없어

올 3·4분기 제조업 가동률은 74.3%였다. 지난 1997년 환란(換亂) 이후 가장 낮다. 9월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19%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0%를 넘나들었던 때와 비슷하다. 이뿐이 아니다. 실업자는 9월까지 9개월 연속 100만명을 돌파했다. 규모도 1999년의 110만명 이후 최대다.


정부가 “위기는 아니다”라고 강조하지만 경기 흐름을 가늠하는 주요 핵심지표는 가깝게는 10년 전 금융위기, 또는 20년 전 외환위기 수준으로 추락했다. 7개 지표 중 6개가 여기에 해당한다. 문제는 10년, 20년 전과 달리 마땅한 돌파구가 없다는 것이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19일 “과거 위기 때는 산업경쟁력이 있어 기업을 팔아서라도 극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실물 위기여서 기업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경기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부터 △설비투자 △소매판매 △제조업 가동률 △고용·실업률 △산업생산 △수출 등 7대 지표 중 6개가 외환·금융위기 수준으로 악화했다. 그나마 수출은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지만 반도체를 빼면 역시 마이너스다.

현재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월 98.6으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수준까지 내려갔다. 선행지수도 99.2로 2009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용과 내수를 이끄는 설비투자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오랜 기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3·4분기 제조업 가동률 역시 74.3%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74.4%)과 다를 게 없고 환란 때인 1999년(76.1%)보다도 낮다. 올 1~9월 제조업 생산은 1년 전보다 1.5% 감소하면서 2009년(-5.6%)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올 들어 금융위기 때 썼던 유류세와 개별소비세 인하 카드를 꺼냈지만 소비증가세는 지지부진하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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