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로 설명하는 현실 우주전쟁 ▲서울경제썸 영상으로 바로보기▲

‘퍼스트 맨(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내디딘 지 50년이 지났습니다. 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었던 이 장면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영감과 도전 의식을 불어넣고 있죠. 40년 전 출발한 탐사선 보이저호는 마침내 태양계를 벗어났고, 영화 속에서만 봤던 ‘스타워즈’도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먼 미래가 아닌 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우주전쟁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월 ‘우주 군대’ 창설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실 많이 늦었죠. 미국과 경쟁하고 있는 러시아는 17년 전, 중국도 3년 전에 일찌감치 우주군을 만들고 군사용 우주선이나 레이저 무기 체계를 만들며 우주 작전능력을 고도화해왔거든요.

지난해 미 국가정보국(DNI)은 중국과 러시아가 우주 공간에서 적국의 시설물을 타격할 공격 능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국은 수명이 다한 자국의 인공위성을 미사일로 쏴 파괴하는 시험을 11년 전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미국의 우주 시설물을 격추할 능력을 충분히 보유한 셈이죠. 미국에는 심각한 위협입니다.

트럼프는 한발 더 나아가 중거리핵전력(INF)조약을 파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3년 뒤 만료되는 뉴스타트 조약(전략무기감축협정)도 갱신 없이 끝내겠다고 합니다. 미국이 과거 냉전시대를 종식하며 러시아와 맺었던 핵무기 군축 약속들을 모두 뒤집어버린 거죠. 우주군 창설에 핵무기 개발까지, 본격적인 우주 군비경쟁에 나서면서 세계는 30년 만에 새로운 냉전시대로 치닫고 있습니다.

두려우신가요. 다행(?)인 점은, 인류는 전쟁을 치르며 많은 과학기술을 진보시켜 왔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보며 SNS로 소통하는 인터넷도 군사통신망에서 시작됐고, 미사일 무기도 로켓 기술로 발전했으니까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에 따르면 우주개발에 1달러 투입하면 12달러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1957년 소련이 쏘아 올린 스푸트니크 위성이 촉발한 인류의 우주 전쟁은 고어텍스, MRI, 에어백, 내비게이션, 화재경보기를 낳았고 비행기술, 의학기술,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산업을 양산해왔습니다.


기술 한계와 높은 비용 때문에 시도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이제는 하나씩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지구 밖 ‘우주 광산’ 사업도 그 중 하나입니다. 달에는 철, 마그네슘, 티타늄 등 지하자원이 다량 매장돼 있습니다. 태양계에 떠다니는 수백만 개의 소행성에는 니켈, 금, 팔라듐 등 가치 있는 금속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죠.


일본은 지난 9월 목성 인근 소행성 ‘류구’에 탐사로봇 2대를 착륙시켰습니다. 앞으로 1년간 소행성 탐사를 진행한 뒤 지구로 귀환할 예정입니다. 미국의 화성 탐사로봇 ‘인사이트’도 오는 27일 새벽 3시54분께(한국시간) 엘리시움 평원(Elysium Planitia)에 착륙합니다. 패스파인더(1997년) 이후 벌써 여덟 번째 화성 탐사죠. 중국은 올해 말 인류 최초의 달 뒷면 탐사에 나서게 됩니다.

지구를 떠나 우주에서 살기 위한 ‘우주 식민지’ 연구도 활발합니다. 미국은 2022년 달 기지 건설을 시작합니다. 프랑스의 한 기업은 5년 안에 달에서 작물 재배와 전력 생산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6년 내 화성에 인류를 보내 화성도시 공사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빠르면 40년 안에는 인류가 화성에서 살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주여행도 당장 눈앞에 펼쳐집니다. 내년에 상용화하는 상공 100km의 저궤도 우주여행 티켓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죠. 2주간 우주에 머무는 우주호텔도 4년 뒤인 2022년 오픈합니다. 5년 뒤에는 달을 향해 떠나는 최초의 민간인 여행자도 탄생하게 됩니다. 우주 택배, 우주 장례식, 우주 쓰레기 수거 업체도 등장했죠. 황당한 이야기이지만, 우주의 부동산을 사고파는 회사도 생겨났습니다. 달과 화성의 땅을 산 한국인도 1만 명 넘게 있다는군요.

큐브셋, 나노셋 등 초소형 인공위성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분야의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위성 발사비용이 1,000분의 1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줄어든 덕분입니다. 지금도 지구 궤도에 떠 있는 1,800여 대의 초소형 위성들은 실시간 기상관측, 재난구조, 자원탐사, 군사정찰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죠. 대부분 민간 기업체 주도의 연구 및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6년 안에 3,000여대의 초소형 위성이 더 쏘아 올려질 예정입니다. 우주산업은 바야흐로 새로운 부흥기,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위치는 어디쯤일까요? 1992년 우리별 위성을 시작으로 2013년에는 러시아 기술을 이용한 한국 첫 우주 발사체 ‘나로호’가 발사됐고, 순수 한국 기술의 ‘누리호’도 시험발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2008년에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도 탄생했습니다. 한국은 세계 11번째 스페이스 클럽 회원국이자 세계 7번째 독자적인 기상위성을 지닌 나라입니다. 국내에만 300곳 넘는 우주 관련 기업이 있죠. 한국의 우주개발 예산은 1993년 22억원에서 2016년 7,623억원으로 330배 뛰었습니다. 2년 뒤에는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도 시험 비행에 나섭니다. 오는 2030년까지 독자적 기술로 달에 착륙하기 위해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죠.

한편에서는 우주 개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우주 전쟁은 사실 경제성보다 국가적 자존심이나 정치적 이유로 작동해왔습니다. 결국 우주 산업도 투자금을 벌기 위한 기업들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환경 문제, 자원고갈, 식량과 물 부족 등 지구 땅 안에서도 인류는 수많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죠.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우주 개발은 아직까진 유흥거리에 불과하단 겁니다. 영화 ‘퍼스트 맨’에서도 그렸듯 우주에 돈을 쓸 때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또한 남극이나 심해 등 지구 상에도 아직 인간의 손길이 닿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 많이 남아있죠. 우주 개발로 얻을 새로운 지식과 자원도 결국 돈 많은 강대국들의 소유가 될 테고 격차와 갈등은 더 심해질 지도 모릅니다. 현실 속 우주전쟁은 과연 인류 문명에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신 냉전 시대를 열게 될까요. 여러분은 우주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나요? ▶과자로 설명하는 우주전쟁 시나리오 영상 바로보기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