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수요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장석주 作 (1955~)


어떤 일이 있어도 첫사랑을 잃지 않으리라

지금보다 더 많은 별자리의 이름을 외우리라

성경책을 끝까지 읽어보리라

가보지 않은 길을 골라 그 길의 끝까지 가 보리라

시골의 작은 성당으로 이어지는 길과

폐가와 잡초가 한데 엉겨 있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걸어가리라

깨끗한 여름 아침 햇빛 속에 벌거벗고 서 있어 보리라

지금보다 더 자주 미소 짓고

사랑하는 이에겐 더 자주 <정말 행복해>라고 말하리라

사랑하는 이의 머리를 감겨주고


두 팔을 벌려 그녀를 더 자주 안으리라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 자주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 보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상처받는 일과 나쁜 소문,

꿈이 깨어지는 것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벼랑 끝에 서서 파도가 가장 높이 솟아오를 때

바다에 온몸을 던지리라

꽃은 자신이 꽃인 줄도 모르고, 보석은 자신이 보석인 줄도 모르고, 청춘은 자신이 청춘인 줄도 모르고, 지거나 부서지거나 늙고 나서야 호시절을 떠올린다. 두려워서, 몰라서, 체면 때문에 하지 못한 일들은 얼마나 안타까운가. 그래서 ‘청춘을 젊은이에게 주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하지 않는가. 청춘이 다시 온다고 후회 없이 누릴 수 있을까? 가지 않은 길은 늘 저곳에서 아쉬운 손짓을 할 것이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시인이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을 회억하는 것은 ‘지금, 오늘이 청춘’이니 놓치지 말라는 뜻이 아닐까? 우리는 내일보다 오늘 젊으며,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다. <시인 반칠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