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창]행동재무학과 분산투자

조홍규 삼성자산운용 투자리서치센터장

행동재무학 (Behavioral Finance)은 금융시장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투자자들의 심리로 설명한다. 행동재무학에 따르면 사람들은 불확실한 가운데 이성적 판단을 한다는 기존 경제학의 이론과 달리 오히려 이성적이지 않은 ‘근거 없는’ 과도한 믿음으로 미래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이러한 성향을 과잉확신 (Overconfidence)이라고 한다.

지난 2002년 노벨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 교수의 설문 결과는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준다. 미국 운전자들이, 특히 대학생의 80~90%가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했으며 룸메이트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설문에서도 자신의 미래를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성향을 보였다. 사회성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100%의 응답자들이 인구의 상위 50%에 속한다고 답했으며 운동능력에 관한 조사에서는 60%의 남성 응답자들이 자신의 운동능력은 최상위 분위에 속한다고 답한 반면 전체의 6%만 하위권이라고 인정하는 결과를 보였다.


과잉확신이 투자에서 나타나는 사례가 종목선택에 대한 자신감이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시장을 이길 종목을 골라낼 수 있다고 스스로를 과신하는 성향을 보인다. 과잉확신의 또 다른 유형이라고 볼 수 있는 성향으로 사후 왜곡 편향 (Hindsight Bias)이 있다. 이것은 선택적으로 성공한 경험만을 계속 기억하는 데서 기인하며 성공이 자신의 능력에 의한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나쁜 결과는 예외적인 사건이라 여기고 세상이 예측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보수성 편향 (Conservatism bias)은 종목을 매도할 때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요소다. 기존의 정보에 반하는 새로운 정보가 있어도 기존의 정보를 쉽게 버리지 못하고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 이미지가 좋아 주식을 매수한 경우 이후 회사의 이익성이 악화된다는 정보가 있어도 쉽게 기존의 믿음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또한 사람들은 손실회피 (Loss aversion) 성향이 있어 같은 금액이라도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가격이 오른 종목은 팔아서 이익을 실현하지만 손실이 나고 있는 종목은 그대로 보유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처럼 이익이 난 종목을 지나치게 빨리 처분하고 손실이 나고 있는 종목의 처분은 지나치게 미루는 현상을 처분 효과 (Disposition effect)라고 한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의 수익률을 조사해보면 위에 언급한 현상들을 확인할 수 있다. 순매수 상위 1등 종목의 수익률은 평균 -29.4%로 시장 전체 종목이 포함된 코스피지수 수익률 6.5% 대비 매우 저조했다. 즉, 특정 종목을 선택하지 않고 시장 전체에 투자했을 때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분산 투자는 위험을 관리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는 시기에 소수 종목 위주의 투자보다는 다양한 산업 및 국가 등에 분산 투자함으로써 시장의 위험뿐만 아니라 개인의 심리적 위험도 관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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