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장관, 현장 잘 모른다" 질책

文, 3차 반부패정책협의회 주재
요양병원 등 세금비리 꼭 회수해야
수능 축소 못하는 저변엔 학사비리
靑, 9개 생활적폐 청산과제 선정
정부, 권익위 주관 대책협의회 구성

김수현(오른쪽)정책실장과 김현미(왼쪽) 국토교통부 장관이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재건축 비리에 대해 (국토부가) 현장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원천적인 문제를 찾아서 조치를 마련해주기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부처 장관들을 공개 질타했다. 청와대는 “화기애애했으며 질책하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문 대통령이 구사한 단어를 보면 사실상 질책했다고 보는 게 맞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은 김현미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국토교통부로부터 재건축·재개발 비리 근절대책을 보고받고는 “시행사가 돈이 되는 재건축 장소를 발굴해 전문지식이 없는 주민 대표 등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하고 있다”며 “대책의 접근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은 학사비리에 대해서도 “비리 자체에 대한 대책을 넘어 더 큰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교육부에 쓴소리를 했다. 그는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비 절감, 수능 비중 축소 등을 추진하려 해도 학사비리가 가로막고 있다”며 “학교, 내신에 대한 국민 신뢰 없이는 공교육 정상화 등 제도 개선이 불가능하므로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참석한 자리에서였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소관의 요양병원에 대해서도 날 선 발언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부정수급 환수 결정액 대비 징수율이 4.72% 미만이다. 병원들이 소위 ‘먹튀’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국민의 혈세가 허술한 감시로 날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비리 몇 건을 적발하겠다는 대책은 안 된다”며 “병원이 문을 닫아도 사무장·병원장 등에게 연대책임을 물어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 기존과 똑같은 대책이 아닌 좀 더 본질적인 대책을 보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장관들에게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을 주문한 데 이어 반부패 드라이브를 임기 말까지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5년간 강력한 반부패정책을 시행하고 청렴한 대한민국을 유산으로 남기자는 각오가 필요하다”며 “법령 개정 없이 개선할 수 있는 부분부터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이날 청와대는 9개의 생활적폐 청산 과제를 선정했다. △학사비리 △공공기관 채용비리 △공공 분야 불공정 갑질 △보조금 부정수급 △지역 토착 비리 △편법·변칙 탈세 △요양병원 비리 △재건축·재개발 비리 △안전 분야 부패 등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서울교통공사 등 공기업 채용비리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감사원 감사와 국민권익위원회 전수조사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실시하라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권익위 주관으로 생활적폐대책협의회도 구성할 방침이다. 청탁금지법 실효성 제고를 위해서는 6개월에 한 번씩 각 부처 신고처리현황을 실태 조사해 부적절하게 처리한 기관은 시정조치를 하기로 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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