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우며 폭삭 주저앉았다. 주요 암호화폐 중 하나인 비트코인캐시의 불안정성이 심화된데다 미 금융 당국이 암호화폐공개(ICO) 업체에 규제의 칼을 빼 들자 투자자들이 잇따라 투매에 나서고 있어서다. 국내 비트코인 거래량도 최고치를 기록했던 올 1월 9만7,340개에서 지난 19일 현재 1만2,262개로 급감했다.
20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1비트코인의 가격은 이날 오후1시 기준 564만원으로 전날 대비 약 12% 급락하며 연중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 미국 기준으로도 같은 기간 약 13% 내린 4,800달러를 기록하며 5,000달러선이 무너졌다. 비트코인은 15일 13개월 만에 올해 처음 700만원 이하로 곤두박질친 뒤 상승 동력을 잃고 연일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마틴 그린스펀 이토로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추세로 1비트코인 가격이 3,500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가격은 올 초 최고점을 찍었던 당시와 비교하면 5분의1 토막 난 수준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사회병리’ 현상으로 지목할 정도로 투자 광풍이 불어닥친 1월 초 1비트코인 가격은 2,700만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2월 들어 거품이 빠지며 급락했고 3월 이후부터는 700만~900만원선에서 움직였다. 심리적인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700만~900만원에 갇혀 있던 박스권도 무너진 것이다.
비트코인이 급락해 지난해 10월 수준으로 회귀한 것은 ‘비트코인캐시 리스크’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비트코인캐시 경영진이 하드포크의 방향성을 두고 내부 분열을 보이고 있어 코인의 불안정성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드포크란 하나의 암호화폐를 두 개로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캐시의 매도세가 주요 암호화폐 가운데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회계법인 KPMG은 최근 ‘암호화 자산의 제도화’라는 보고서를 통해 “암호화폐가 가치의 불안정성과 거래 비용 부담, 투기성 때문에 실생활에 사용되기까지 어려움이 있다”며 “불안정한 가치 탓에 대출에 활용할 시 상환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ICO 규제도 하락 폭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CNBC와 블룸버그 등은 16일 미국 SEC가 처음으로 증권 규제에 따라 ICO를 진행하지 않은 암호화폐 업체 두 곳에 과징금을 부과한 후 투자심리가 위축됐다고 보도했다. SEC는 미등록 ICO를 진행한 에어폭스와 파라곤에 각각 25만달러(약 2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피해를 본 투자자에게 배상하도록 했다.
투자자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비트코인 거래량도 급감했다. 암호화폐 정보제공 사이트 코인에스에 따르면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등 국내 4대 거래소에서 오고 간 일일 거래량은 7월 말 1만4,121개에서 9월 말 3만2,302개로 늘었다가 이달 19일 1만2,262개로 감소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 상승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 투자자는 “지난달부터 주식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암호화폐 시장에 다시 관심을 갖고 투자했는데 손해가 막심하다”고 토로했다. 일부에서는 비대면 신용대출로 손쉽게 대출해 암호화폐에 투자한 20·30대층이 상환 부담에 몰리고 저축은행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