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가 베트남에서 국내 금융 기관으로서는 역대 최대인 3,000억원 규모의 태양광발전 사업을 진행한다. 특히 주요 증권사가 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하는 것과 달리 하나금투는 사실상 사업 시행사(PM)로 딜(deal) 구조를 직접 짜고 금융을 주선해 사업을 성사시켜 투자업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피스·빌딩 중심의 대체투자 시장이 포화한 상태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개척했다는 분석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투는 베트남 중북부 타인호아성 응옥락현 동틴과 겐토에 건설되는 총 225㎿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건설 사업에 참여했다. 두 곳의 사업비 규모는 총 3,320억원대다. 응옥락현 동틴에는 240만㎡(72만6,000평) 부지에 총 135㎿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다. 사업비 규모는 2,000억원대다. 겐토 지역에는 187만㎡(56만7,000평) 부지에 90㎿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신설한다. 사업비는 1,320억원이다.
이번에 신설되는 태양광발전소는 정부가 새만금에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세계 최대 수상 태양광발전소(300㎿)의 75% 규모로 초대형급이다. 보통 30㎿가 평균 1만가구에 전기를 공급하는 만큼 8만여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이번 사업의 주체는 국내 업체인 용인농수산물주식회사(78%) 및 베트남 현지 황선관광상업투자주식회사(7%), 그리고 두 회사의 베트남 합작회사(15%)다. 시공은 베트남 현지 업체인 36건설이 맡았다. 태양광발전 설비는 국내 업체인 한화큐셀과 효성중공업 등이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이들 업체를 포함해 총 15개 업체가 참여한다. 이달 23일 1차 사업인 겐토 태양광발전소 착공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나금투는 이번 프로젝트의 금융 자문과 금융 주선을 담당했다. 특히 기존 증권사가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과 리스크를 우려해 펀드 등으로 간접 투자하는 것과 달리 사업계획 수립부터 주요 업체 간 업무 조율을 도맡는 등 남다른 역량을 과시했다는 후문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딜은 지난해 스페인과 일본 기업이 추진하다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서 무산됐던 사업”이라며 “하나금투가 발 빠른 사업성 분석과 금융 자문 및 주선으로 나서면서 딜을 성사시켰다”고 설명했다.
하나금투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베트남 태양광발전 시장에 진출하는 동시에 대체투자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성과를 올리게 됐다. 베트남은 일조량이 풍부해 태양광발전의 요지로 불린다. 베트남 정부 주도로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총 전력 생산량 중 재생에너지 비율을 현재의 두 배인 21% 수준까지 높일 계획이다. 아세안 지역도 2025년까지 현재 12.4%인 대체에너지 비율을 23%로 높인다. 하나금투는 베트남뿐 아니라 인근 지역 시장에서도 투자 기회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증권사 IB들이 오피스·빌딩 등 부동산 대체투자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하나금투가 태양광발전소 같은 인프라로 영역을 확대한 점도 고무적이다. 이번 투자는 부동산금융본부에서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오피스 등 부동산 대체투자를 주로 했던 부서지만 최근 오픈 R&R을 통해 외국계 건설사 및 1금융권 등에서 인프라 투자 경험이 있는 인력을 충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나금투가 적극적인 인력 확충 등을 통해 오피스에서 인프라까지 투자 영역을 확대해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김상훈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