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초점]산체스X마이크로닷 부모 사기, '사과문'은 팥 없는 호빵

산체스(좌)와 마이크로닷(우) / 사진=산체스 인스타그램

사과는 잘못을 인정해야만 피해자들에게 받아들일 수 있다. 마이크로닷의 사과는 자신이 낸 ‘사실무근이며 법적대응하겠다’는 18일 공식입장에 대한 것으로만 풀이된다,

래퍼 마이크로닷과 산체스의 부모는 20여년 전 충북 제천에서 20여억원의 사기행각을 벌이고 소위 ‘야반도주’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지난 18일과 19일 제천경찰서, 청주지검 제천지청에서 지명수배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됐고, 다수의 피해자 증언도 등장했다. 또 19일 오후에는 부모가 뉴질랜드에서 운영중인 식당을 정리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마이크로닷은 “늦었지만, 부모님께 피해를 입으셨다고 말씀하신 분들을 한 분 한 분 직접 만나뵙고 말씀을 듣겠습니다”며 “아들로서, 제가 책임져야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고 말했다. 해당 의혹에 대해 확실하게 인정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마이크로닷과 산체스의 부모는 지명수배중에도 한국을 드나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그들의 SNS 등에도 증거가 남아있다. 경찰 측은 “뉴질랜드 여권으로 입국했을 경우 신분 확인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희팔도 외국 여권으로 들어오면 못잡는거냐’는 비판어린 시선이 쏟아졌다. 이 부분에 대한 해명도 없었다.

부모의 사기사건에 대해서 마이크로닷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이 뉴질랜드로 이민 갈 당시 저는 5살이었습니다. 어제 뉴스기사들이 나오고 부모님과 이 일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까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알지 못했습니다”라며 “그래서 사실무근이며, 법적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많이 달랐다. 피해자들은 마이크로닷과 산체스의 SNS에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으나 댓글은 삭제당하고 자신의 계정도 차단됐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댓글을 삭제하고 차단했을 정도면 마이크로닷과 산체스가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역시 이 부분에 대한 해명도 없었다.

19일 YTN에 따르면 마이크로닷과 산체스의 부모는 “여권을 만드는 데 2~3주 걸린다”며 “여권을 만드는 대로 한국에 입국해 사실관계를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이라면 마이크로닷 역시 이를 대중에게 ‘확인’시켜야 했다. 이 사안이 ‘사실확인’이 필요한 사안인지 공소시효가 정지된 만큼 ‘수사’가 필요한 사안인지 그것은 경찰이 파악할 문제다.

또 이날 오후 마이크로닷과 산체스의 부모가 뉴질랜드에서 운영하던 한인식당을 처분했다는 소식도 등장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마이크로닷은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인터넷상에서는 이 의혹을 두고 ‘한번 했는데 두 번은 못할까’, ‘경력자’라며 비꼬는 말까지 나왔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그는 언급하지 않았다.

마이크로닷 / 사진=서울경제스타DB

마이크로닷의 사과문 전문.




안녕하세요 마이크로닷입니다. 가장 먼저 저희 부모님과 관련된 일로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어제 최초 뉴스기사 내용에 대해 사실무근이며 법적대응을 준비하겠다는 입장 발표로 두 번 상처를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늦었지만, 부모님께 피해를 입으셨다고 말씀하신 분들을 한 분 한 분 직접 만나뵙고 말씀을 듣겠습니다.

가족이 뉴질랜드로 이민 갈 당시 저는 5살이었습니다. 어제 뉴스기사들이 나오고 부모님과 이 일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까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사실무근이며, 법적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지만 어제 저의 입장 발표 후 올라온 다른 뉴스 기사들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였고 매우 고통스러웠습니다.

아들로서, 제가 책임져야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한 분 한 분 만나뵙고 말씀을 듣겠습니다.

이번 일로 인해 상처 입으신 분들과 가족 분들에게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 전하며,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이크로닷 올림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