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만 하는 위력은 없습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무죄라면 사법부가 유죄입니다. 김지은씨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위력에 의한 성폭력 당장 인정해야 합니다.”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5층 정의실에서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29일로 예정돼있는 안 전 지사 성폭력 사건 2심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안 전 지사의 1심 판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3월 이후 김 씨를 변호해온 정혜선 변호사는 “피해자인 김지은씨는 사생활이 담긴 기록은 물론 휴대폰까지 검찰에 제출했고 검찰이 이를 증거로 채택했다”며 “하지만 피고인인 안 전 지사는 본인의 휴대폰을 폐기하고 검찰에 제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누구의 진술과 증거를 더욱 신뢰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1심 재판부가 법률에서 요구하지도 않는 ‘위력의 행사’라는 요건을 자의적으로 추가했다고 주장했다. 안 전 지사의 권력, 피해자와의 지위 차이, 폐쇄적인 조직 분위기 등이 모두 위력에 의한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임에도 “위력은 존재하지만 행사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는 논리를 지어냈다는 의미다.

아울러 김지은씨에 대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감시하고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안 전 지사의 보좌진 두 명은 김지은씨에 대한 악성 댓글을 유포하다가 입건됐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안희정을 따르는 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2차 가해를 했고, 안희정의 유죄를 무죄로 둔갑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또 이 대표는 “판사는 피해자에게 ‘왜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하지 않았냐’고 물었다”며 “그러나 재판부는 안희정 전 지사에게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동의를 구했냐’고 질문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공동대책위는 안 전 지사가 말을 바꾼 행동도 지적했다. 대책위는 “안 전 지사는 김씨 인터뷰 이후 5시간만에 ‘합의에 의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시인하며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도지사직을 내려놨다”며 “그런데 재판에서는 말을 바꿔 ‘애정관계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항소심은 다를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항소심 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되고 올바른 판결이 내려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