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몸이 아픈데 건강검진을 늦게 받으면 중병에 걸려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마주하게 되지요. 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실패단계에 접어들려고 할 때 선제적으로 도와야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준비된 폐업’이 가능합니다. 손실을 최대한 줄여야 그 다음을 기약할 수 있으니까요.”
‘폐업자들의 마지막 버팀목’을 자처하고 나선 고경수(54·사진) 동행365 대표는 21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올해 폐업하는 자영업자 수가 100만명에 육박하는 암담한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의 진정한 재기를 위해 손을 내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대표가 ‘폐업119’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진정한 재기는 정보가 극도로 제한된 폐업 시장에서 최대한 자영업자가 경제적 손실을 입지 않고 현 사업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임차한 매장에서 빠져나올 때 건물주와의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하고, 매장 집기를 최대한 높은 값에 처분하는 것은 물론 세금 연체 문제도 정리하고 나오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폐업 과정에 녹아든다.
고 대표는 “정보가 넘치는 창업시장과 달리 폐업 분야는 정보가 극단적으로 제한된 전형적인 하이에나 비즈니스라 할 수 있다”며 “심리적으로 패닉에 빠진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부동산이나 중고설비업체, 건물주 등이 폭리를 취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는 이유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에 뛰어들 때는 오랜 기간 알아보고 준비해서 업종을 고르고, 매장을 꾸미지만 장사가 잘 되지 않아 돈과 시간에 쫓길 때는 허겁지겁 팔아치운다는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폐업119는 자영업자의 의뢰가 들어오면 현 경영상태를 진단하고 부동산 양수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중고집기나 설비를 경매에 붙여 최고 가격으로 처분해준다. 임대차계약 만료로 불가피하게 철거 및 원상복구, 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는 경우에는 협력업체가 방문 견적을 내고, 최적의 비용으로 진행할 수 있게 돕는다. 마지막으로는 폐업진행 전단계와 재창업시 적용가능한 정부의 지원제도를 연계해 자금을 최대한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까지 폐업119가 아우르고 있다. 지금은 전화와 대면 상담을 통해 진행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폐업을 생각한 이들이 보다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해당 앱은 빠르면 12월 초 공개된다.
이색적인 사업 아이템은 그의 범상치 않은 경력에서도 묻어난다. 지난 1993년 한솔통상(현 한솔서플라이)를 세워 유통사업을 펼쳐왔던 고 대표는 2013년 코스트제로라는 기업 대상 비용절감 컨설팅을 진행하다 폐업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지난해에는 한솔서플라이 내에 있던 부문을 떼어내 동행365라는 별도 사업체로 분사도 마쳤다. 폐업119는 이 법인에서 제공하는 폐업 및 재기 전문지원 서비스를 가리키는 명칭이다. 지난 5년간 3,500여건의 위기를 해결하고 명실상부한 이 분야의 강자라 할 수 있다.
그는 “12월 출시 예정인 ‘폐업119’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창업자와 폐업자를 직접 연결해 폐업 시장에 만연한 정보 비대칭과 가격 왜곡을 바로잡고자 한다”며 “일부 지역신문이나 인터넷 카페에서 공유하는 정보가 아닌, 매장 운영 관련한 양수도부터 중고설비, 세무 등 행정처리까지 세부 카테고리를 만들어 상호 연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폐업에 관한 모든 것을 원스톱 해결할 수 있는 사랑방이 생기는 셈이다. 고 대표는 장기적으로 폐업과 관련한 정보를 빅데이터로 모으고 활용하려는 목표도 갖고 있다. 현재 정부와 관련 기관은 창업 생태계에 대한 데이터는 별도로 수집하고 있지만, 폐업은 구체적인 정보가 전혀 없어서 현황 파악이 어려운 상태다.
그는 “폐업으로 연간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손실이 3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경기 침체가 올 것으로 보이는 내년에는 자영업자들 상황이 더욱 좋지 않을 텐데, 5년 안에 1만 명의 재기를 원활하게 도울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